
시애틀 겨울은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면 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도 비, 그제도 비. 이제는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도 귀찮을 정도예요.
이런 날에는 이상하게 기름에 지글지글 부쳐 먹는 음식이 생각납니다.
김치전도 좋고 파전도 좋지만, 오늘은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감자와 베이컨으로 감자전을 만들어 봤어요.
보통 감자전이라고 하면 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만드는 걸 생각하시죠?
그런데 저는 감자를 얇게 채 썰어서 만드는 감자채전, 미국식 해시브라운같은 스타일을 더 좋아합니다.
씹을 때마다 바삭바삭한 식감이 살아 있고 만드는 과정도 훨씬 간단하거든요.
재료도 별것 없습니다. 중간 크기 감자 2개, 베이컨 2~3줄, 밀가루 1큰술, 소금 약간, 식용유만 있으면 됩니다.
먼저 감자 껍질을 벗기고 최대한 얇게 채를 썰어줍니다. 채칼을 사용하면 편하지만 저는 그냥 칼로 썰었어요.
조금 굵은 것도 있고 가느다란 것도 있는데, 집에서 먹는 음식이니까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다만 감자채가 너무 두꺼우면 겉은 타고 속은 덜 익을 수 있으니 가늘게 써는 게 중요합니다.
감자는 물에 오래 담가두지 않았습니다.
감자에 남아 있는 전분이 채 썬 감자들을 서로 붙잡아 주기 때문이에요.
물기가 많다면 키친타월로 가볍게 닦아줍니다.
다음은 베이컨 차례입니다. 베이컨도 감자와 비슷하게 가늘게 썰어 넣습니다.
베이컨이 들어가면 감자 특유의 담백한 맛에 짭짤하고 고소한 풍미가 더해져서 따로 양념을 많이 할 필요가 없어요.
여기에 밀가루 1큰술과 소금을 아주 조금 넣어줍니다.
베이컨 자체에 간이 되어 있으니 소금은 적게 넣는 게 좋습니다.
밀가루는 감자채가 서로 뭉쳐서 전 모양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너무 많이 넣으면 바삭한 감자전이 아니라 밀가루전이 되어버리니 딱 1큰술 정도만 사용합니다.
이제 감자와 베이컨, 밀가루를 골고루 섞어줍니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르고 중불로 달군 다음 감자채를 올려줍니다.
이때 감자를 너무 두껍게 쌓지 말고 얇고 넓게 펼쳐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감자채 사이사이로 열이 전달되면서 바삭하게 익습니다.
한쪽 면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집어줍니다.
자꾸 뒤적거리면 모양이 흐트러지니 조금 참아야 해요. 뒤집은 다음에도 감자가 충분히 익고 가장자리가 바삭해질 때까지 구워줍니다.
접시에 담아 한 조각 뜯어 먹어보니 가장자리는 과자처럼 바삭하고 안쪽은 감자의 촉촉한 식감이 남아 있습니다.
중간중간 씹히는 베이컨도 아주 잘 어울립니다.
간장에 식초를 조금 섞어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베이컨이 들어가 있어서 저는 그냥 먹는 게 더 좋더라고요.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오후인데도 하늘은 회색이고, 괜히 밖에 나가기도 싫은 날이에요.
그런데 부엌에서 감자전 하나 부쳐 먹고 따뜻한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나니 기분이 꽤 좋아졌습니다.
시애틀 겨울이 아무리 우중충해도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으니까 견딜 만한 것 같아요.
감자 두 개와 베이컨 몇 줄로 만든 행복이라니, 생각보다 참 저렴하지요.
다음번에는 감자를 한 개 더 썰어야겠습니다.
만들 때는 충분할 줄 알았는데 먹다 보니 금방 없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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