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선물 대신 경험, 경험 선물이 50%까지 늘어난 이유 - West Covina - 1

연말이 다가오면 늘 같은 고민이 시작됩니다. 올해는 뭘 사줘야 하나, 작년에 준 머그컵은 아직 쓰고 있을까 하는 그런 고민 말이죠.

그런데 요즘 주변을 보면 분위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박스에 리본 묶은 선물 대신 레스토랑 기프트카드, 공연 티켓, 같이 가는 하루 여행을 주는 사람이 확실히 늘었어요.

그냥 느낌인가 싶어서 숫자를 찾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느낌이 아니었어요.

Deloitte가 10월 중순에 발표한 2026 Holiday Retail Survey를 보면, 응답자의 50%가 올해 경험형 선물을 살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미국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조사한 결과입니다.

이 비율이 2025년 조사에서는 47%, 2024년에는 39%였습니다. 2년 만에 11%포인트가 오른 셈이니 꽤 가파른 흐름이죠.

구체적으로 뭘 주냐면, 레스토랑 식사나 식당 기프트카드를 고려한다는 사람이 37%였고 이벤트 티켓을 주겠다는 사람이 19%였습니다. 결국 같이 밥 먹고, 같이 뭔가를 보러 가는 선물이 중심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럼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요. 저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물건이 이미 너무 많다는 겁니다. 웬만한 건 Amazon에서 클릭 한 번이면 다음 날 오는 시대라, 물건 선물의 특별함이 많이 옅어졌어요.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취향 안 맞는 물건은 솔직히 부담입니다. 버리기도 그렇고 쓰기도 애매한 물건이 서랍마다 하나씩 있지 않나요.

두 번째는 연구 결과가 꽤 분명하다는 점입니다. 2017년 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실린 Cindy Chan과 Cassie Mogilner의 논문은 경험형 선물이 물건 선물보다 주고받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든다고 결론 내렸어요.

핵심은 감정이었습니다. 선물을 쓰는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의 강도가 클수록 준 사람과의 관계도 더 끈끈해진다는 거죠.

이건 저도 경험으로 압니다. 몇 년 전 받은 시계는 어디 뒀는지 가물가물한데, 친구가 끊어준 농구 경기 티켓은 그날 먹은 핫도그 맛까지 기억나거든요.

세 번째는 세대 변화입니다. Deloitte 조사에서 올해 처음으로 Gen Z와 밀레니얼이 전체 연말 지출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나왔는데, 이 세대는 소유보다 경험에 돈을 쓰는 데 훨씬 익숙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경험 선물이 대세로 굳어진 것 같죠. 그런데 반대쪽 데이터도 같이 봐야 공정합니다.

같은 Deloitte 조사에서 올해 가구당 평균 연말 지출 계획은 1,654달러로 작년보다 4% 늘었습니다. 그런데 늘어난 쪽은 주로 리테일 상품이었고, 여행이나 이벤트 지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흐름이었어요.

참고로 2025년 조사에서는 평균 지출이 1,595달러로 전년보다 10% 줄어든 바 있습니다. 지갑 사정이 빠듯해지면 비싼 여행 같은 큰 경험부터 줄인다는 얘기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경험 선물을 주는 사람 수는 늘었지만, 한 사람이 경험에 쓰는 돈이 커진 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걸 "작은 경험의 시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해외여행 패키지가 아니라 동네 맛집 저녁 한 끼, 영화 두 장, 쿠킹 클래스 하루 같은 선물이 대세라는 뜻이에요.

물건 선물을 고집하는 쪽 논리도 일리는 있습니다. 경험은 날짜를 맞춰야 하고, 기한이 지나면 그냥 날아가 버리니까요.

실제로 기프트카드를 받고 결국 못 쓴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받는 사람 일정이 빡빡하면 경험 선물이 오히려 숙제가 될 수 있어요.

앞의 논문 저자도 비슷한 조언을 했습니다. 경험 선물은 특정 날짜와 시간에 묶이지 않게 줘야 효과가 크다는 거죠.

그리고 경험 선물이라고 다 비쌀 필요도 없습니다. 같이 하이킹 가서 커피 한 잔 사는 것도, 받는 사람에게 진심이 전해지면 충분히 좋은 경험 선물이에요.

그럼 실전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쓰는 방법을 몇 가지 공유해 보겠습니다.

일단 받는 사람이 평소 자주 가는 곳을 고릅니다. 새로운 곳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제 경험상 익숙한 단골집 기프트카드가 서랍에서 잠자는 일이 훨씬 적더라고요.

가능하면 "같이 가자"를 붙입니다. 티켓만 건네는 것보다 날짜를 함께 정하는 게 바로 그 감정의 순간을 만들어 주거든요.

부모님 세대라면 물건과 경험을 섞는 것도 방법입니다. 작은 선물 하나에 식사 약속 카드를 같이 넣으면 손에 쥐는 맛과 기억에 남는 맛을 둘 다 챙길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는 아직 포장 뜯는 재미가 중요하니 너무 경험 쪽으로만 몰 필요는 없습니다. 이건 데이터보다 상식의 영역이죠.

결국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상대에게 맞추는 겁니다. 트렌드가 경험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경험을 줄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제 선택을 묻는다면 올해는 경험 쪽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물건은 잊혀도 함께 보낸 저녁은 오래 남는다는 걸, 이미 몇 번이나 확인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