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는 돈까지 신용카드로, 미국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 Los Angeles - 1

미국 살면서 제일 열받는 게 뭔지 아십니까?

중산층 하면 부족하지 않은 계층이었는데 요즘 보면 중산층이 돈이 없어서 카드사용이 늘었습니다.

어디다 썼나 카드 명세서를 열어보면 명품 산 것도 없고 여행 간 것도 없습니다.

코스트코 가서 장 보고, 자동차에 개솔린 넣고, 전기세 내고, 보험료 냈습니다. 그런데 카드를 써서 돈이 없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조화인가 싶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 뉴욕, 매사추세츠, 하와이 같은 지역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정치적으로는 대체로 민주당이 강한 지역들인데 미국에서 생활비 비싼 곳을 줄 세워놓으면 이 동네들이 또 위에 줄줄이 등장합니다.

물론 "민주당이 집권해서 물가가 비싸졌다"라고 한 방에 결론 내리면 그것도 억지입니다.

하와이는 섬이라 물류비가 비싸고, 뉴욕은 세계적인 대도시이고, 캘리포니아는 좋은 날씨와 엄청난 주택 수요가 있습니다.

매사추세츠도 보스턴을 중심으로 고소득 산업과 명문대, 의료산업이 몰려 있습니다.

그런 사정을 다 감안해도 주민 입장에서는 열이 받습니다.

정부가 좋은 정책 한다고 세금 걷고 규제 만들고 환경 보호하고 복지 늘리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우리 집 한 달 생활비가 얼마냐는 겁니다.

집값 비싸지, 렌트 비싸지, 자동차 보험 비싸지, 전기료도 만만치 않습니다.

연봉 10만 달러 받으면 옛날에는 "그래도 미국에서 성공했네" 했는데 요즘 대도시에서는 애 둘 키우면서 모기지 내면 그냥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더 무서운 건 사람들이 사치품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을 신용카드로 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2026년 미국의 신용카드 잔액은 다시 1조 달러를 훌쩍 넘는 규모이고, 연체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물가는 예전처럼 폭발적으로 오르지 않더라도 이미 올라버린 가격 자체가 내려온 것은 아닙니다.

2026년 7월 소비자물가도 전년보다 3.4%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인플레이션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들으면 물건값이 내려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닙니다.

작년에 100달러 하던 게 110달러가 되고 올해 113달러가 됐다면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나는 여전히 113달러 내고 있는데 뉴스에서는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장하는 겁니다.

더구나 신용카드는 공짜 돈이 아닙니다.

이번 달 장보는 돈이 부족해서 카드로 500달러 긁고 다음 달에도 부족해서 또 긁으면 생활비가 빚으로 변합니다.

이자가 붙기 시작하면 이제부터는 작년에 먹은 식료품 값을 올해도 갚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정치권도 이 문제를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물가는 대통령 혼자 정하는 것도 아니고 주지사 한 사람이 결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연준 금리, 주택 공급, 에너지 가격, 관세, 기업 가격정책, 임금, 주정부 세금과 규제가 전부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유권자는 경제학 시험 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마트에서 우유 한 통 사고 계산대에서 가격 보고 열받으면 그게 경제입니다.

엘에이 살면서 살인적인 자동차 보험 팔러시 리뉴이메일 받고 욕 나오면 그게 경제고, 2베드 룸메랑 사는데 렌트가 또 200달러 올랐으면 그게 경제입니다.

민주당 강세 주들이 교육이나 의료, 사회서비스 같은 부분에서 얻는 것도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좋은 정책도 결국 주민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월급날 받은 돈이 렌트, 보험, 전기세, 식료품으로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신용카드를 꺼내야 한다면 사람 마음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정치는 거창한 구호로 평가받는 것 같지만 결국 마지막 심판은 아주 단순합니다.

"그래서 내가 먹고살기가 좀 편해졌냐?"

여기에 대답 못 하면 빨간 주든 파란 주든 선거 때 얻어맞야아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