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리더 문화, 성차별일까 전통일까 다시 생각해봤다 - San Fernando - 1

요즘 미식축구 시즌이라 그런지 타임라인에 하이스쿨 치어리더 영상이 자꾸 올라온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장면이라 눈이 갔다. 폼폼 들고 웃으면서 손 흔드는 장면이 아니라 사람을 공중으로 던지고 받는 텀블링 동작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게 응원인지 기계체조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러다 문득 어디선가 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치어리딩이라는 게 결국 여자를 예쁘게 세워두고 남자 선수를 돋보이게 하는, 좀 낡은 성역할의 산물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궁금해져서 기록을 좀 찾아봤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치어리딩의 시작은 1880년대 프린스턴 대학이었는데, 그때는 여자가 아니라 전부 남학생들이 하던 활동이었다.

1884년 프린스턴 관중석에서 나온 구호가 미국 최초의 치어로 기록돼 있고, 이게 미네소타 대학으로 넘어가면서 조직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초창기 25년 정도는 응원단장이라는 자리 자체가 남자들 몫이었던 셈이다. 여자들이 조금씩 끼기 시작한 건 1920년대쯤부터였다.

지금 같은 여초 현상이 굳어진 계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2차 세계대전이었다.

남자 대학생들이 전쟁터로 떠나면서 그 빈자리를 여학생들이 채우게 됐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 구도가 그대로 남았다.

지금은 참가자의 대부분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고 하니, 처음 시작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온 셈이다.

성비 얘기가 나온 김에 요즘 수치도 한번 찾아봤다.

지금 미국 전체 치어리더 가운데 여성 비율은 약 96퍼센트라고 하니, 초중고 단계만 놓고 보면 여초 현상은 오히려 더 굳어진 셈이다.

그런데 대학 레벨로 올라가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2021~22시즌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소속 학교 치어팀 참가자 1만5238명 가운데 남학생이 2738명으로, 비율로 따지면 약 18퍼센트나 됐다.

텀블링이나 사람을 들어 올리는 스턴트 비중이 커질수록 남학생 참여도 함께 늘어난다는 뜻인데, 어찌 보면 프린스턴에서 남학생들이 응원단장을 하던 시절과 은근히 닮은 흐름 같기도 하다.

이 정도면 치어리딩은 원래 여자의 자리였다는 전제 자체가 흔들린다. 전통이라기보다는 전쟁이라는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요즘 나오는 성차별 논란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싶어서 좀 더 들여다봤다.

핵심은 이게 정식 스포츠냐 아니냐는 지점에 있었다.

2012년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코네티컷의 한 대학이 얽힌 소송에서, 경쟁형 치어리딩이 아직 정식 대학 스포츠로 인정할 만한 조직 체계와 규정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 대학은 여자 배구팀을 없애면서 그 자리에 치어팀을 채워 넣었는데, 이게 여학생 체육 기회를 보장하는 타이틀나인 요건을 채운 걸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다.

법원은 안 된다고 봤다. 대회 채점 방식이 통일돼 있지 않고, 선수 모집이나 시설 지원도 다른 종목만큼 체계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부상 통계를 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산하 연구소가 1982년부터 2007년까지 25년간 집계한 자료를 보면, 여고생 스포츠에서 나온 중대 부상의 65.1퍼센트가 치어리딩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체조나 육상 같은 종목은 두 자릿수 건수도 채우지 못했으니, 격차가 꽤 큰 셈이다.

이만큼 위험을 감수하는 활동이 제도적으로는 정식 스포츠 대접을 못 받는다는 게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정식 스포츠 인정 여부도 주마다 기준이 달랐다.

전미고교체육연맹(NFHS) 조사를 보면 2021~22학년도 기준으로 약 30개 주가 경쟁형 치어리딩을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도 그중 하나다. 캘리포니아주 고교체육연맹(CIF)은 2017~18학년도부터 경쟁형 치어리딩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는데, 당시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관련 법안에 서명하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연방법원은 타이틀나인 기준으로 부족하다고 봤지만, 주 단위에서는 이미 정식 종목으로 대우하는 곳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어느 층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셈이다.

여기서 내 생각을 좀 얹어보자면, 이건 성차별이냐 전통이냐로 나눠서 싸울 문제라기보다 기준의 문제에 가깝다고 본다.

부상률이나 훈련 강도, 경기 규정 같은 실제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류하고 그에 맞게 지원하면 될 일을, 자꾸 이념적인 프레임으로 몰고 가니까 논의가 겉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여자를 응원 도구처럼 취급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지적 자체를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 벌어지는 위험과 처우의 문제를 굳이 오래된 성역할 프레임으로만 설명하려는 것도 정확한 진단은 아닌 듯싶다.

찾아보는 김에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하나 건졌다.

미국치어연맹(USA Cheer)이 만든 안전관리 교육과정이 스포팅 방법이나 기술 단계별 진행, 선수 준비 상태 점검 같은 항목을 다루는데, 대부분의 대학과 주 고교체육협회가 치어 코치에게 이 과정 이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주변에 자녀를 치어팀에 보낼 계획이 있는 집이 있다면, 코치가 이런 안전 교육을 받았는지부터 물어보라고 슬쩍 알려주고 싶어졌다.

이번에 찾아보면서 확실히 바뀐 게 하나 있다. 앞으로 치어리더 영상을 보면 예쁘게 웃는 모습보다 저 동작을 매일 반복하려면 몸이 얼마나 단련돼 있어야 할지부터 눈에 들어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