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러시에서 진짜 돈 번 사람들은 금을 캐지 않았다 - Lansdale - 1

골드러시라고 하면 다들 강바닥에서 금을 캐는 광부의 모습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정작 그 시절 진짜 돈을 쓸어 담은 쪽은 곡괭이 한 번 안 든 사람들이었다.

1848년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근처에서 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퍼지자 이듬해부터 전국,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까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래서 이때 몰려온 사람들을 포티나이너라고 부른다.

이 소식 하나로 캘리포니아는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금이 발견되기 전에는 원주민을 빼면 인구가 천 명 남짓이었는데 1849년 한 해가 끝날 무렵에는 십만 명 수준까지 불어났다. 사람이 이렇게 몰리자 캘리포니아는 준주 단계를 아예 건너뛰고 1850년에 곧바로 정식 주로 승격됐을 정도다.

초반엔 실제로 광부들이 하루에 꽤 짭짤한 돈을 벌었다고 한다. 당시 농장 일꾼이나 숙련 노동자의 하루 임금과 비교하면 확실히 높은 수준이었다.

문제는 사람이 몰리면서부터였다. 금 캐는 사람은 매일 늘어나는데 캘리포니아까지 물자를 실어오는 길은 멀고 느렸다.

그러다 보니 부츠 한 켤레, 밀가루 한 포대 같은 기본적인 물건 값이 순식간에 몇 배씩 뛰어버렸다. 캐낸 금보다 먹고 자는 데 들어가는 돈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물가가 얼마나 뛰었는지는 달걀 값 하나만 봐도 짐작이 간다. 1849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달걀 한 개가 1달러에 팔렸고, 물자가 더 귀했던 광산 지역에서는 개당 3달러까지 치솟았다고 하니 지금 기준으로 봐도 어이가 없는 가격이다.

게다가 채굴 자체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차가운 강물에 몸을 담그고 곡괭이질을 반복하다 보면 몸이 상하는 경우가 흔했다.

결국 몇 달을 고생하고도 떠날 때보다 주머니가 가벼워진 채 집으로 돌아간 사람이 적지 않았다. 금을 캐러 갔다가 오히려 빚만 지고 돌아온 셈이다.

반면 새뮤얼 브래넌이라는 상인의 계산법은 전혀 달랐다. 그는 금광 지대로 가는 길목에 있던 자기 가게에 곡괭이와 삽, 냄비부터 싹 사재기해놓고 사람들을 기다렸다.

20센트에 사들인 냄비 하나를 15달러에 팔고, 1달러짜리 삽은 30달러에 넘겼다. 그렇게 아홉 주 만에 3만 6천 달러를 벌었다고 하니 광산 하나를 통째로 캔 것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이후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동산과 은행업으로까지 사업을 넓혔고, 결국 캘리포니아 최초의 백만장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금맥은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말이다.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걸어간 길도 비슷하다. 1853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그는 옷감과 잡화를 팔러 온 상인이었는데, 광부들이 바지가 금방 해진다고 불평하는 걸 눈여겨봤다.

그렇게 튼튼한 천으로 작업복을 만들기 시작했고, 1873년에는 주머니 모서리를 금속 리벳으로 보강하는 방식까지 특허로 등록했다. 그게 지금 전 세계가 입는 청바지의 출발점이다.

손수레를 만들던 존 스튜드베이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광부들에게 손수레를 팔아 모은 돈을 밑천 삼아 고향으로 돌아가 마차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 마차 사업은 훗날 자동차 회사로 이어졌고, 지금도 이름이 남아 있다. 시작은 광산이 아니라 광부들의 발밑에 있던 손수레였던 셈이다.

훗날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내고 스탠퍼드 대학을 세운 릴런드 스탠퍼드도 처음엔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는 광산촌에서 형제들과 함께 광부들을 상대로 잡화점을 운영하던 상인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잡화점 장사로 모은 밑천이 나중에는 대륙횡단철도 건설에 뛰어드는 종잣돈이 됐다. 이 사람 역시 곡괭이 대신 계산대를 택해 인생을 바꾼 경우인 셈이다.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은 간단하다. 금이 어디 묻혀 있는지가 아니라 지금 눈앞의 사람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를 봤다는 점이다.

광부들은 하나같이 인생 역전을 노리고 왔지만 결과는 순전히 운과 위치에 달려 있었다. 상인들은 대박을 노린 게 아니라 확실한 수요를 겨냥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훨씬 안정적으로 돈을 벌었다.

요즘도 투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금을 캐지 말고 삽을 팔라는 말을 흔히 쓴다. 새로운 유행이 뜰 때마다 그 유행 자체보다 그 유행에 필요한 도구 쪽을 노리라는 뜻인데, 따지고 보면 뿌리는 이 골드러시로 이어진다.

요즘 인공지능 열풍을 봐도 비슷한 그림이 그려진다. 다들 인공지능 서비스로 한몫 잡을 궁리를 하는 사이, 정작 꾸준히 돈을 버는 쪽은 그 서비스를 굴리는 데 필요한 반도체나 서버를 공급하는 회사들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지금도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새로운 기회가 뜨면 다들 제일 먼저 뛰어드는 쪽만 쳐다보는데, 정작 오래 남는 건 그 옆에서 필요한 걸 채워주던 쪽인 경우가 많다.

화끈한 성공담일수록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꾸준한 성공일수록 관찰과 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본다. 보수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나는 후자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골드러시는 끝난 지 170년이 넘었지만 이 구조만큼은 여전히 어디서든 반복되고 있다. 금맥을 못 찾아도 곡괭이를 파는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