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이 낯선 아이에게 말을 거는 진짜 이유 - Montgomery - 1

마트 계산대에 줄 서 있는데 뒤에 서 있던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카시트에 앉아 있던 아기한테 말을 걸기 시작한 적이 있어요.

신발이 진짜 멋지다는 말로 시작해서 눈이 예쁘다는 얘기까지 한참을 이어가시길래, 저는 옆에서 그냥 어색하게 웃고만 있었죠.

이런 장면은 마트뿐만 아니라 카페나 공원, 심지어 은행 대기줄에서도 흔하게 벌어집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이런 상황이 매번 낯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모르는 아이한테 먼저 말을 거는 어른을 거의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건, 이게 특정 사람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습관이라는 점이었어요.

미국 사람들은 침묵을 꽤 불편해하는 편이라고 하죠. 엘리베이터에서도, 줄을 서 있을 때도 뭔가 말을 얹어서 침묵을 채우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로 시카고대 행동과학자 니콜라스 에플리 연구팀이 통근 열차와 버스 승객들에게 옆자리 낯선 사람과 대화를 시켜본 적이 있는데, 결과가 꽤 반전이었어요. 다들 혼자 조용히 가는 편이 더 편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대화를 나눈 사람들이 오히려 더 즐거운 이동시간을 보냈다고 답했거든요.

 낯선 사람과 짧게 잡답하는걸 스몰토크라고 부르는데, 아이 얘기만큼 안전한 소재도 드물더라고요.

어른한테 대뜸 칭찬을 던지면 무례하게 들리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아이는 다릅니다.

옷이 귀엽다거나 웃음이 예쁘다는 말은 누구한테도 상처가 되지 않으니까요.

코넬대학교 사회심리학자 바네사 본스의 연구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은 칭찬을 건넸을 때 상대가 불편해할 거라고 지레짐작하지만, 실제로는 그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아한다는 결과가 나왔거든요.

이 실험은 원래 캠퍼스에서 지나가는 낯선 사람에게 옷차림을 칭찬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해요.

정작 칭찬을 건넨 쪽은 살짝 짜증 낼 거라고 지레 걱정했는데, 막상 반응을 눈으로 확인한 뒤에도 그 좋아하는 정도를 계속 과소평가했다는 거예요.

동네 전체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오래된 속담이 미국에서 유독 자주 인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낯선 어른이 아이에게 말을 거는 짧은 순간에도, 이 아이를 지켜보는 눈이 나 하나가 아니라는 정서가 은근히 배어 있는 거죠.

즉 미국 사람들이 유난히 용감해서 낯선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게 아니라, 그 정도의 다정함은 상대가 기꺼이 받아줄 거라는 사회적 합의 같은 게 이미 깔려 있다는 뜻이겠죠.

미국식 칭찬의 화법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귀엽다 한마디로 끝내지 않고 역대급으로 귀엽다, 완전 스타감이다처럼 과장을 얹는 게 미국 특유의 말투인데, 이런 과장된 긍정 표현이 낯선 사람 사이의 어색함을 순식간에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인종과 언어가 뒤섞여 사는 동네일수록 오히려 이런 인사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웃들 사이에서 아이라는 공통분모가 대화의 문턱을 낮춰주는 셈이니까요.

재밌는 건 이게 개인주의 사회의 습관치고는 꽤 공동체적으로 보인다는 점이에요.

각자 알아서 사는 나라라고 하면서도, 정작 아이 앞에서는 다들 잠깐씩 이웃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이런 문화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배경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이 아이 한 명을 계기로 잠깐이라도 웃고 대화를 나누는 거니까요.

다문화 사회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 이렇게 사소한 계기로 서로 짧게라도 마음을 여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