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몬트주에서 팔레스타인계 대학생 3명에게 총을 쏜 Jason Eaton이 살인미수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는 뉴스를 봤다.
뉴스를 보다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무리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해도 길 가는 사람한테 총을 쏘고 나서 모든 책임을 정신질환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건은 2023년 추수감사절 연휴에 벌어졌다. 당시 20살이던 팔레스타인계 대학생 세 명이 버몬트 벌링턴에서 그냥 길을 걷고 있었다.
친구들끼리 영어와 아랍어를 섞어 이야기하고 있었고, 두 명은 팔레스타인 전통 스카프인 케피예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Eaton이 이들에게 총을 쐈다. 세 명 모두 총상을 입었고 그중 Hisham Awartani는 척수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됐다.
스무 살짜리 대학생이다. 친구들과 추수감사절을 보내러 갔다가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할 인생이 돼버렸다.
그런데 재판에서 나온 이야기를 보면 더 기가 막힌다.
Eaton은 CIA와 이스라엘 정보기관 Mossad가 FM 라디오를 통해 자신에게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신이 자신에게 유대인 이웃을 보호하라고 명령했다고도 했다. 뭐 한마디로 이사람 정상이 아니다.
실제로 그의 변호인들도 그가 오랫동안 여러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며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태라고 변론을 펼치며 주장했다.
나는 정신질환 자체를 가볍게 볼 생각은 없다. 정말 현실 판단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고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다른 문제다.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과 자기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검찰이 지적한 부분도 그거였다. 경찰이 찾아오자 Eaton은 긴장했고 계속 변호사를 요구했다.
집에 총이 있다는 사실은 이야기하면서도 실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권총 등 다른 무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결국 배심원들도 일주일 동안 증언과 정신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정신이상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는 미국 사법제도가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큰 범죄가 터지면 항상 원인을 먼저 찾는다.
총기 문제, 정신질환, 사회적 고립, 정치적 갈등, 인종 문제.
물론 다 중요하다. 원인을 찾아야 다음 범죄를 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원인을 찾는 것과 책임을 없애주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사람이 총을 들고 아무 죄 없는 사람에게 방아쇠를 당겼다면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그 사람이 자기 행동을 이해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법적으로 책임능력이 있었다면 그다음에는 책임을 지는 게 맞다.
그리고 미국살다보니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데 무조건 증오범죄라고 단정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는 증오범죄 혐의가 기소되지 않았다.나는 이런 게 법치라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보고 법이 달라져서도 안 되고, 가해자가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기준이 갑자기 느슨해져서도 안 된다.
불쌍한 사정은 불쌍한 사정이고 범죄에 대한 책임은 또 다른 문제다.
LA에서 살다 보면 별별 사건을 다 본다. 그리고 큰 사건이 생길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서로 자기들이 원하는 이야기로 끌고 가려고 한다.
하지만 일반 시민 입장에서 원하는 것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길을 걸어도 안전한 사회, 범죄를 저지르면 제대로 재판받는 사회, 피해자가 억울하지 않은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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