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잭슨빌로 이사온 이유, 솔직히 정리해봤습니다 - Jacksonville - 1

제가 뉴욕에 살 때만 해도 플로리다로 이사한다면 당연히 마이애미나 올랜도 정도를 생각했어요.

솔직히 잭슨빌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정확히 몰랐습니다. 한인타운도 없고 H마트도 없는데 한국 사람들이 왜 여기에서 사나 싶었지요.

그런데 뉴욕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제일 힘든 게 집값이었습니다. 렌트비는 계속 올라가고 조금 괜찮은 동네에서 방 두세 개짜리 집을 구하려면 월급에서 주거비로 빠져나가는 돈이 너무 컸어요. 집을 사려고 알아보니 더 막막했고요.

그러다 잭슨빌 집을 처음 찾아봤는데 정말 놀랐어요. 뉴욕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으로 차고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살 수 있더라고요. 물론 잭슨빌도 예전보다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마이애미나 탬파와 비교해도 아직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은 편입니다.

두 번째는 세금이에요. 뉴욕에 살 때는 연방소득세만 내는 게 아니라 뉴욕주 소득세까지 생각해야 하잖아요. 뉴욕시 거주자라면 시 소득세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플로리다는 개인에게 주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직장 다니는 사람도 차이를 느끼지만 은퇴한 분들은 더 민감하게 보더라고요. 연금이나 IRA 같은 은퇴자금에서 돈을 꺼내 생활하는 경우 플로리다에서는 별도의 주 개인소득세가 없으니 뉴욕에서 내려오는 은퇴자들이 많은 이유를 이해하게 됐어요.

의료 환경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집 가까이에 좋은 병원이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잖아요. 잭슨빌에는 Mayo Clinic의 플로리다 캠퍼스가 있고 Baptist Health, UF Health 같은 큰 의료 시스템도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병원 좋은 도시라는 말이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게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학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잭슨빌에는 Stanton College Preparatory School이나 Paxon School for Advanced Studies처럼 잘 알려진 공립 마그넷 학교가 있습니다. 누구나 자동으로 들어가는 학교는 아니고 선발과 지원 절차가 있지만 사립학교 학비를 내지 않고도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적이지요.

남쪽 세인트존스 카운티까지 생활권을 넓히면 학군 때문에 이주하는 가족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집을 알아볼 때 잭슨빌 시 경계만 보지 말고 직장 위치와 아이 학교를 같이 놓고 보는 게 좋아요.

물론 처음에는 불편했습니다. 뉴욕에서는 한국 음식 먹고 싶으면 바로 갈 수 있었고 한국 마트도 많았는데 잭슨빌에서는 선택지가 확 줄어요. 한국말로 편하게 병원이나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어렵습니다. 자동차 없이는 생활하기 힘들다는 것도 뉴욕과 완전히 달랐고요.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오히려 이런 생활이 편해지더라고요. 복잡한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되고 주차 때문에 매번 스트레스 받을 일도 줄었습니다. 주말에는 바다에 갈 수도 있고 골프나 낚시 같은 야외생활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어요. 도시가 크기 때문에 쇼핑이나 병원, 공항 같은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도 갖춰져 있습니다.

한인 커뮤니티는 작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에요. 한인 교회 등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규모가 작으니까 몇 사람만 건너면 서로 아는 경우도 생깁니다. LA나 뉴욕처럼 한국인 사회 안에서만 생활하는 분위기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뉴욕을 떠나면서 가장 걱정했던 건 재미없는 곳에서 살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제가 원했던 건 화려한 도시가 아니라 조금 넓은 집과 여유 있는 생활이었던 것 같아요.

잭슨빌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도시는 아닙니다. 한인타운과 대중교통이 중요하다면 답답할 수 있어요. 하지만 뉴욕의 비싼 주거비와 세금, 복잡한 생활에 지쳤고 따뜻한 곳에서 조금 여유 있게 살고 싶다면 왜 사람들이 잭슨빌로 내려오는지 한번 살아보면 이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