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냉장고 김치 냄새 지적할 때 우리가 배우는 것 - Minneapolis - 1

집들이 자리에서 냉장고 문을 열어본 미국인 손님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냄새의 정체를 묻는 순간이 있다. 그 짧은 표정 하나에 마음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김치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우리 부엌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처음 그런 반응을 마주하면 억울한 감정이 앞선다. 발효 음식 특유의 냄새를 이해받지 못한다는 서운함과, 그래도 손님 앞이니 웃으며 넘겨야 한다는 계산이 동시에 든다.

그런데 이 냄새 이야기는 사실 한국 안에서도 오래된 고민이었다. 1984년 금성사가 내놓은 첫 김치냉장고 모델은 다른 반찬에 김치 냄새가 배는 문제를 기술로 풀어보려던 시도였다.

그 아이디어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건 1995년 만도기계의 딤채부터다. 회사는 1993년 김치연구소를 세우고 3년 동안 백만 포기의 김치를 담가가며 실험한 끝에 딤채를 내놓았다.

딤채는 그렇게 자리를 잡은 뒤로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25년 넘게 브랜드 선호도 1위 자리를 지켜온 제품이다. 연간 90만에서 100만 대 규모로 형성된 이 시장에서 딤채 혼자 4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만 봐도, 이 냄새 문제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은 집에서 진지하게 다뤄졌는지 짐작이 간다.

냄새 문제를 감추기보다 온도와 습도를 정밀하게 조절해서 발효를 다스리는 쪽으로 답을 찾은 셈이다. 냄새를 없애려 한 게 아니라 관리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점이 지금 생각해도 실용적이다.

미국에서 마주치는 반응은 이 기술적인 해법과는 결이 다른 문제다. 김치 자체의 냄새보다 그 냄새를 대하는 시선에 인종적인 무게가 실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민자 음식과 냄새를 다룬 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비유럽권 음식은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비싸도 싸구려나 불결하다는 평가를 더 많이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한인 이민자 서른다섯 명을 모아 김치가 자신의 정체성에 어떤 의미인지 물은 연구도 있다. 그 답변에서 뽑힌 주제 가운데 하나가 다름 아닌 부끄러움과 서글픔이라는 감정이었다는 점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반면 프랑스 치즈나 이탈리아 고르곤졸라처럼 냄새가 강한 유럽 음식은 같은 강도의 냄새여도 고급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냄새 자체보다 누구의 음식이냐가 평가를 가른다는 뜻이다.

동남아시아의 두리안이나 북유럽의 수르스트뢰밍 같은 음식도 비슷한 처지다. 냄새로만 따지면 김치보다 훨씬 강렬한데도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색적인 별미로 소개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아홉 개 나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몸 냄새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낯선 이민자 집단을 향한 경계심도 함께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냄새를 향한 반응이 순수한 감각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뜻이라 더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김치 냄새 지적을 순수한 후각적 반응으로만 받아들이기도, 전부 차별로 단정하기도 애매하다. 두 가지가 겹쳐 있는 경우가 실제로는 더 많다.

한인 이민 가정 자녀들 사이에서는 이 냄새 문제가 사춘기 시절 유독 예민한 기억으로 남는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도시락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친구를 집에 데려오길 꺼렸다는 경험담도 드물지 않다.

학교 급식이나 도시락 자리에서 벌어지는 이런 순간을 따로 부르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냄새 하나로 자기 문화가 다수와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는 순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조사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는 결과도 나온다. 다양한 음식이 흔한 동네에서 자란 아이일수록 도시락 반찬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친구들이 오히려 궁금해하고 부러워한다는 응답이 늘었다.

결국 냄새 자체는 그대로인데 그 냄새를 둘러싼 분위기가 달라진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함이 거부감을 밀어낸 경우로 봐야 한다.

이론은 이 정도로 됐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하는 질문이 남는다. 답은 생각보다 간단한 쪽에 있다.

손님이 냉장고를 열고 냄새에 놀라는 순간에 굳이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게 첫번째다. 설명 한마디만 담백하게 곁들이면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발효 식품이라 익어가면서 냄새가 강해진다는 말, 우리도 매일 먹는 음식이라는 말 정도면 충분하다. 사과하듯 냉장고 문을 서둘러 닫는 대신 이 정도 여유를 갖는 편이 낫다.

냉장고 냄새를 줄이는 데는 베이킹소다나 활성탄 같은 재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베이킹소다는 약알칼리성이라 산성을 띠는 냄새 입자를 중화시키고, 활성탄은 미세한 구멍으로 냄새 분자를 흡착하는 원리라서 밀폐 용기와 함께 쓰면 효과가 한층 커진다.

김치를 담그는 날은 창문을 열어 환기부터 시키고, 밀폐 용기와 별도 냉장고를 쓰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된다. 다만 그 방법을 쓰는 이유가 부끄러움이 아니라 편의라는 점만 스스로 분명히 하면 된다.

냄새 하나를 두고 이렇게까지 생각이 뻗어가는 게 유난스럽다 싶다가도, 결국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자기 문화를 대하는 태도를 정한다는 생각이 든다. 냄새를 감추는 대신 설명하는 쪽을 택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