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마스터카드 ATM 수수료 1억6,750만 달러 합의 - Los Angeles - 1

편의점이나 주유소 ATM에서 현금 100달러 뽑으면서 화면에 "수수료 $3.50에 동의합니까?" 뜨는 거 봤을 겁니다.

저도 이런 수수료는 그냥 ATM 주인이 정해서 받는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비자·마스터카드 집단소송 내용을 보면 "ATM 수수료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 연방법원이 최근 1억6,750만 달러 규모의 합의안을 예비 승인했습니다. 비자가 8,877만5천 달러, 마스터카드가 7,872만5천 달러를 부담합니다.

다만 두 회사는 법을 위반했다는 원고 측 주장을 부인하고 있으며, 이번 합의 역시 잘못을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편의점 ATM에서 우리가 내는 3~4달러는 대부분 ATM 운영업체가 받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거래를 은행까지 연결해 주는 결제망이 따로 있습니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계열 네트워크가 될 수도 있고 다른 네트워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비용 차이가 생깁니다. 가령 A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처리비용이 1달러인데 B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50센트밖에 안 든다고 해봅시다.

정상적인 경쟁이라면 ATM 사업자가 B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거래에는 고객 수수료를 50센트나 1달러 싸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네트워크 규칙 때문에 독립 ATM 운영업체가 더 싼 수수료를 적용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소비자는 더 저렴한 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는 거래에서도 가격 경쟁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논리입니다.

이 대목에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런 규정을 만들어도 되는 건가?"

바로 그걸 가지고 10년 넘게 반독점 소송을 한 겁니다.

수수료 3달러 자체가 불법이라는 게 아니라, 시장 참여자가 가격을 자유롭게 낮추기 어렵게 만드는 네트워크 규칙이 경쟁을 제한했느냐가 핵심입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같은 초대형 글로벌 기업이면 당연히 법무팀도 어마어마할 겁니다.

이런 규정을 만들 때 반독점법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았을 리도 없겠죠.

아마 회사 측에서는 자신들의 네트워크 운영에 필요한 합법적인 규칙이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고, 실제로 지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대로 원고들은 결과적으로 경쟁사가 더 싼 가격으로 경쟁할 기회를 막고 소비자 수수료를 높게 유지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1억6,750만 달러짜리 합의까지 온 겁니다.

더 놀라운 것은 대상 기간입니다. 2007년 10월 24일부터 2026년 8월 14일까지 거의 19년입니다.

이 기간 미국 내 은행 소유가 아닌 독립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면서 수수료를 냈고 은행에서 그 수수료를 전액 돌려받지 않았다면 합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공식 청구 사이트에서는 2027년 2월 10일까지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 신청할 때 영수증 같은 증빙을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방식도 아니지만, 자격 확인 과정에서 추가 자료를 요구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개인별 지급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유효한 신청 건수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10이나 넘을 지 의문스럽고 최종 승인 심리는 2027년 2월 17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결국 3달러, 4달러짜리 ATM 수수료 하나하나는 별것 아닌 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거의 20년 동안 반복해서 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번 사건이 재미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소비자 한 사람이 "내가 50센트 더 냈다"고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상대로 싸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50센트가 수백만 명에게 반복됐다면 집단소송과 반독점법의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큰 기업들이 정말 무서워하는 것은 한 사람의 3달러짜리 불만이 아니라, 그 3달러가 수백만 건 모였을 때 생기는 숫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