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계산대에 기부 버튼이 생긴 데는 이유가 있었다 - Centreville - 1

계산대 앞에서 카드 꽂고 결제 마치려는데 화면에 "기부하시겠어요?" 버튼이 뜬 거, 다들 한 번쯤 본 적 있을 거다. 나도 처음엔 이게 뭔가 싶어서 그냥 넘겼었다.

근데 이게 한두 마트만 그러는 게 아니라 대형 마트, 약국, 편의점, 심지어 패스트푸드점까지 거의 다 하고 있더라.

이 정도면 매장 하나가 즉흥적으로 붙인 이벤트가 아니라 업계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정착시킨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런 계산대 기부는 영어로 체크아웃 채리티라는 이름까지 따로 붙어 있고, 미국에서 시행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예전엔 계산원이 직접 입으로 물어보던 방식이었는데, 요즘은 카드 리더기나 셀프 계산대 화면에 버튼 하나 띄우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왔다.

사람 대신 화면이 물어보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매장 입장에서도 부담이 줄고, 손님도 재촉당하는 느낌 없이 편하게 누르거나 넘길 수 있게 됐다.

2024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이런 캠페인이 92건 진행됐고, 여기서 모인 돈이 2억 7500만 달러가 넘는다고 하니 숫자만 봐도 좀 놀랍다.

2020년에는 6억 500만 달러였던 게 2022년에는 7억 4900만 달러로 늘었다니, 팬데믹을 지나면서 오히려 이 방식이 더 자리를 잡은 셈이다.

이렇게 30년 넘게 쌓인 걸 다 합치면 미국에서만 계산대 기부로 모인 누적 금액이 50억 달러를 넘는다고 하니, 한 번에 몇 달러씩이어도 쌓이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되는 셈이다.

도미노피자 하나만 따져봐도 지난 20년 동안 계산대에서 잔돈 반올림으로 모아 세인트주드 아동병원에 전달한 금액이 1억 2600만 달러를 넘는다.

한 번에 몇십 센트, 몇 달러씩 반올림해서 낸 돈이 오랜 시간 쌓이고 쌓여서 이런 규모가 된 셈이다.

모인 돈이 어디로 가는지 뜯어보면 동물 관련 단체가 7800만 달러 정도로 가장 많이 받아 가고, 건강이나 의료 쪽에 6900만 달러, 식량 지원에 3600만 달러, 재해 구호에 1800만 달러 정도가 나뉘어 쓰인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월마트는 한 달짜리 캠페인 하나로 아동병원재단에 3300만 달러를 모은 적이 있고, 월그린스도 레드노즈데이 캠페인을 통해 3700만 달러를 모았는데 그중 대부분이 계산대에서 나온 소액 기부였다고 한다.

방식도 점점 통일돼서, 그냥 정해진 금액을 묻는 것보다 결제 금액을 다음 달러 단위로 반올림하는 라운드업 방식을 쓰는 캠페인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사람이 직접 묻는 대신 전자 결제 화면에 자동으로 뜨는 방식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액수를 아예 자유롭게 묻지 않고 1달러, 3달러, 5달러처럼 정해진 금액 중에서 고르게 하는 캠페인도 많은데, 오히려 이런 방식이 손님이 액수를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줘서 모금액이 더 크게 나온다고 한다.

한국 마트에서는 계산할 때 이런 식으로 기부 여부를 대놓고 물어보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어서, 미국 와서 처음 봤을 때는 신기하면서도 살짝 낯설었다.

왜 하필 계산대에서 물어보냐 하면, 그 순간엔 이미 지갑을 연 상태라 몇 센트, 몇 달러 더 내는 걸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카드 긁기 직전에 거창한 결심이 필요 없이 버튼 하나로 끝나니까, 즉흥적으로 응하기 쉬운 구조인 거다.

계산대에 줄 서 있다 보면 앞에 있던 꼬마가 화면 속 버튼을 보고 부모한테 "이게 뭐야?" 하고 묻는 장면도 종종 보게 되는데, 그 자리에서 기부가 뭔지 짧게 설명해주는 부모 모습이 은근 보기 좋더라.

그런데 이걸 마냥 좋게만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꽤 있다. 왜 손님 지갑에서 나가는 돈으로 회사 이미지만 좋아지냐는 불만도 그중 하나다.

이런 불만이 말로만 끝난 것도 아니어서, CVS 같은 경우는 계산대 기부 방식을 두고 소송까지 걸린 적이 있는데, 결국 뉴욕 법원에서 기각되긴 했지만 그만큼 불편하게 보는 시선도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기부한 건 손님인데 마치 회사가 통 크게 낸 것처럼 이름이 붙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 줄 서 있는 상황에서 거절하기 애매해서 떠밀리듯 누른다는 불만도 있다.

솔직히 나도 급하게 계산할 때 뒤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면 괜히 눈치 보여서 별생각 없이 누른 적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게 진짜 자발적인 기부가 맞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방식 자체를 나쁘게만 몰아붙일 일은 아니라고 본다. 회사가 자기 돈으로 광고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그렇게 모인 돈이 소아암 병원이나 지역 푸드뱅크처럼 구체적인 곳에 쓰이고, 캠페인 기간 동안 오히려 매출이 오른 매장도 있다고 하니 회사와 손님, 단체 모두한테 나쁘지 않은 구조인 건 맞다.

나는 그냥 그날 기분 내키면 누르고, 급하면 편하게 넘기는 정도로 대한다.

어차피 몇 달러 안 되는 돈이니 부담 가질 필요는 없고, 대신 그 돈이 실제로 어디에 쓰이는지 영수증이나 화면에서 한 번씩 확인해보는 습관은 들여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