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도 안 죽는 미국 펫산업, 이유는 따로 있다 - San Francisco - 1

요즘 마트에 장 보러 가면 정말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어봐도 외식을 줄이고, 옷은 세일할 때 사고, 여행도 한 번 갈 것을 두 번 생각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동네 강아지 그루밍샵에 전화하면 예약이 꽉 차 있고, 강아지 데이케어도 여전히 잘됩니다.

동물병원 한번 다녀오면 몇백 달러가 나오는데도 사람들은 갑니다.

"내가 먹는 건 좀 줄여도 얘 먹는 건 좋은 걸 줘야지."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 정말 많이 듣습니다. 그냥 느낌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미국 반려동물용품협회 APPA가 2026년 3월 발표한 최신 자료를 보면 미국 펫산업 지출은 2024년 1,52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2026년에는 1,65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2025년 기준 약 9,500만 가구에 달합니다.

이 정도면 이제 반려동물을 틈새시장이라고 부르기도 어렵습니다. 왜 이렇게 돈을 쓸까요?

결국 강아지와 고양이를 바라보는 생각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예전에는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습니다. 마당에서 개를 키우고 남은 음식을 주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침대에서 같이 자고 생일파티도 해주고, 여행을 가면 펫호텔에 맡깁니다.

아프면 당연히 병원에 데려갑니다. 가족사진에도 함께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가족 구성원처럼 생각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불경기가 와도 반려동물 비용을 가장 먼저 줄이지 않습니다.

보험시장만 봐도 변화가 보입니다.

북미 반려동물건강보험협회 NAPHIA가 202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미국과 캐나다에서 보험에 가입된 반려동물은 약 760만 마리였습니다. 1년 전 703만 마리에서 8.5% 증가했습니다. 보험료 규모는 1년 사이 19.4% 증가했습니다.

동물병원비가 싸져서 보험이 커진 게 아닙니다.

오히려 치료비가 부담되니까 큰 병이 생겼을 때 감당하기 위해 매달 보험료를 내겠다는 사람이 생기는 겁니다.

이 시장을 보고 있으면 취업이나 작은 사업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재미있는 부분이 보입니다.

그루밍, 펫시팅, 도그워킹, 데이케어, 훈련 같은 일입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최신 전망을 보면 동물 돌봄 및 서비스 관련 직업은 2025년부터 2035년까지 약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체 직업 평균보다 상당히 빠른 성장입니다. 매년 평균 약 6만9,400개의 일자리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진입 방법도 일반적인 전문직과 조금 다릅니다.

BLS에 따르면 동물 돌봄 종사자는 보통 고등학교 졸업 정도의 학력을 가지고 현장에서 일을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5년 동물 돌봄 종사자의 약 25%가 자영업자였고, 동물 훈련사의 경우에는 자영업 비율이 39%였습니다.

이 부분이 저는 꽤 흥미롭습니다. 꼭 대기업에 들어가야만 직업이 생기는 시장이 아닙니다.

강아지 몇 마리 산책시키는 것으로 시작해서 단골을 만들 수도 있고, 그루밍 기술을 배워 작은 가게를 열 수도 있습니다.

경험과 신뢰가 쌓이면 직접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물론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동물을 다루는 기술도 필요하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책임감도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주인이 자기 가족처럼 생각하는 동물을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한번 신뢰를 잃으면 다시 고객을 얻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펫산업에는 다른 소비시장과 조금 다른 힘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강아지에게 쓰는 돈은 이제 '취미 비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족에게 들어가는 생활비가 된 겁니다.

시장은 결국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 사람들의 지갑을 보면 한 가지는 꽤 분명해 보입니다.

자기 것은 조금 아껴도 강아지 것은 쉽게 줄이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