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가 만만해 보이니? ‘BAD’로 제대로 터진 ATEEZ - Los Angeles - 1

요즘 ATEEZ의 'BAD'를 자꾸 듣게 된다.

나는 요즘 아이돌 이름도 솔직히 다 모른다. BTS 정도야 당연히 알고, 블랙핑크같은 유명한 그룹 몇 팀 정도 아는 수준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BAD라는 노래가 자꾸 유투브에 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요즘 남자 아이돌 노래겠거니 했다. 그런데 한번보고 생각이 확 달라졌다.

"얘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애들이야?"

ATEEZ를 찾아보다가 더 놀란 건 소속사였다. KQ엔터테인먼트.

이 회사의 뿌리를 따라가면 세븐시즌스가 나온다. 바로 블락비를 관리하던 회사다.

블락비를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 지코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고 노래도 좋았고 팀 색깔도 확실했다.

다른 아이돌하고 헷갈릴 일이 없는 팀이었다. 잘만 풀렸으면 훨씬 더 크게 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전성기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런 블락비를 위해 만들어졌던 세븐시즌스가 2016년 KQ엔터테인먼트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아티스트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게 좀 영화 같다. ATEEZ 캡틴인 홍중은 대형 기획사 오디션을 통과해서 수많은 연습생 사이에서 살아남은 케이스가 아니었다. 자기가 만든 음악과 편지를 KQ에 직접 보냈고, 그걸 회사 관계자가 발견하면서 KQ의 첫 번째 공식 연습생이 됐다.

더 웃긴 건 당시 회사에 제대로 된 연습생 시스템 자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홍중 혼자 연습생으로 있다가 약 6개월 뒤 윤호가 들어왔고, 이후 멤버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지금의 ATEEZ가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지금 결과를 알고 과거를 보면 정말 희한하다.

대형 기획사가 "세계시장을 노리고 8인조 보이그룹을 만들겠습니다" 하고 수백 명 가운데 골라 만든 팀이 아니다.

회사도 아이돌 육성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고 홍중도 회사 최초의 연습생이었다.

그런데 그 팀이 해외에서 먼저 터졌다.

나는 ATEEZ가 재미있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처음부터 국내 대중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고 시작한 팀이 아니다. 오히려 해외 팬들이 먼저 알아봤다.

공연 영상을 보면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무대를 정말 죽어라 한다.

요즘 아이돌들 다 춤 잘 추고 노래 잘한다. 그런데 ATEEZ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다.

무대에서 이를 악물고 자기들을 증명하려는 느낌이 아직 남아 있다.

특히 홍중을 보면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리더가 앞에서 분위기를 잡고 민기, 산, 성화, 종호 같은 멤버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밀어붙인다.

그러다가 이제 BAD까지 왔다.

이 노래를 들으면 이상하게 ATEEZ가 걸어온 길하고 잘 어울린다.


그래서 요즘 ATEEZ를 보면서 엉뚱하게 BTS 생각도 난다.

물론 지금 ATEEZ가 BTS와 같은 위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BTS가 만들어 놓은 세계적인 대중성이나 상징성은 단순히 해외 팬덤이 크다고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 BTS 이후 한국 남자 그룹 가운데 누가 세계시장에서 자기 이름을 더 크게 만들 것인가를 생각하면 ATEEZ는 분명 흥미로운 팀이다.

무엇보다 출발 과정이 재미있다.

돈 많은 대형 기획사가 완벽하게 계산해서 만든 성공이 아니라 작은 회사에 한 연습생이 들어오면서 시작된 일이기 때문이다.

블락비를 관리하던 회사가 있었고, 거기에 홍중이라는 이상하게 욕심 많은 청년 하나가 들어왔다.

그 청년 뒤로 한 명씩 사람이 모였다.

그리고 8명이 됐다.

2018년 데뷔했을 때만 해도 이들이 몇 년 뒤 세계 곳곳의 큰 공연장을 돌고 미국 음악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팀이 될 거라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예상했을까.

그래서 ATEEZ는 아직 결과보다 과정이 더 재미있는 팀이다.

BTS의 뒤를 잇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블락비에서 뭔가 아쉬움을 남겼던 그 작은 회사가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된 한 팀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회사 문을 두드렸던 첫 연습생 홍중이 있었다.

BAD를 듣고 있으면 그래서 제목부터 묘하게 들린다.

한때 이름도 잘 모르던 회사에서 시작한 아이들이 이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묻는 것 같다.

"그래, 아직도 우리가 만만해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