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사 통보하고 나면 인사팀에서 마지막으로 잡는 자리가 하나 있다. 바로 엑시트 인터뷰다. 이 자리에서 진짜 속마음을 다 꺼내도 되는지, 그러다 나중에 발목 잡히는 건 아닌지 고민되는 사람이 많다.
주변에서도 이 얘기 나오면 의견이 항상 반으로 갈린다. 어차피 나갈 회사인데 할 말은 하고 나와야 한다는 쪽과,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조용히 나오는 게 낫다는 쪽이다.
실제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데이터로도 나와 있다. Work Institute 조사에 따르면 퇴사자들이 회사 내부 인사팀에게 말하는 퇴사 사유와 외부의 중립적인 제3자에게 말하는 사유가 상당수 다르게 나타난다. 그 비율이 40퍼센트에서 63퍼센트에 달한다.
즉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회사 앞에서는 사유를 순화하거나 아예 다르게 말한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순하다. 앞으로 받을 레퍼런스 체크가 걸리기 때문이다. 좋게 헤어져야 다음 직장 구할 때 전 직장 평판이 발목 잡지 않는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진짜 이유 대신 무난한 답을 고른다. 개인 사정이나 커리어 방향 전환 같은 말로 넘어가는 식이다. 나도 예전엔 그랬다.
참여율 자체도 낮은 편이다.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지난 1년간 퇴사 처리를 담당했던 인사담당자의 86퍼센트가 적어도 한 명은 엑시트 인터뷰 자체를 그냥 건너뛰었다고 답했다. 아예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그만큼 흔하다는 얘기다.
전체로 보면 이 절차를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는 전체 기업의 61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포춘 500대 기업만 놓고 보면 90퍼센트 넘는 곳이 엑시트 인터뷰를 진행하지만, 이 과정이 실제로 효과적이라고 평가하는 비율은 40퍼센트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
임원들 중에서 엑시트 인터뷰 결과로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진 사례를 바로 댈 수 있는 경우는 3분의 1도 안 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자리는 만들어 놓았지만 그 다음 단계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는 뜻이다.
그래서 요즘은 직속 상사나 사내 인사팀 대신 외부 업체나 익명 설문으로 엑시트 인터뷰를 진행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사람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참여율과 솔직도가 올라간다는 게 관련 자료들의 공통된 얘기다.
진행 시점도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퇴사 당일보다는 마지막 근무일에서 이틀에서 사흘 정도 앞서 진행할 때 완료율이 가장 높게 나온다는 자료가 있다. 당일에는 짐 싸고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차분하게 얘기 나눌 여유 자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솔직하게 말하면 정말 손해를 볼까. 법적으로는 답이 명확하다. 퇴사자가 문제를 지적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보복에 해당하고, 이는 위법이다.
다만 법이 그렇다고 현실에서 완벽히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권하는 방식이 있다. 감정을 담은 비난이 아니라 사실 위주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말하는 방식이다.
상사가 별로였다는 식의 말보다는 특정 프로젝트에서 피드백이 없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짚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면 회사 입장에서도 감정적인 불만이 아니라 개선할 수 있는 정보로 받아들이게 된다.
특정 동료나 상사 개인을 저격하는 식의 발언은 피하는 게 좋다고 본다. 업계가 생각보다 좁아서 몇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고, 감정적인 발언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
레퍼런스 관련해서도 알아두면 좋은 게 있다. 회사가 부정적인 평가를 남길 계획이라면 엑시트 인터뷰 자리에서 미리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원칙으로 권장된다는 점이다. 뒤통수치듯 나중에 알게 되는 상황보다는 훨씬 낫다.
이렇게 데이터를 제대로 쌓고 활용하는 회사는 성과도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엑시트 인터뷰 결과를 꾸준히 분석해 반영한 조직은 이직으로 이어지는 문제의 65퍼센트 가량을 미리 짚어낼 수 있었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치를 취한 곳은 1년 안에 재직률이 20퍼센트 가량 올라갔다는 결과도 있다. 형식적인 요식행위로만 끝나는 자리는 아니라는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정리했다. 마라톤 완주할 때도 마지막 몇 킬로미터가 전체 페이스를 결정짓는 것처럼, 퇴사 과정도 마지막 인상이 오래 남는다. 감정 섞어서 쏟아내기보다는 팩트 몇 개만 정확하게 남기고 나오는 쪽을 택한다.
완전히 침묵하는 것도 답은 아니라고 본다. 다음 사람이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겪지 않으려면 누군가는 말을 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다만 그 말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결국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솔직함 자체가 손해는 아니다. 다만 감정적인 솔직함과 사실에 기반한 솔직함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것, 그 차이를 아는 게 엑시트 인터뷰를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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