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퀄리파이드라는 말,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 Ridgefield - 1

얼마 전에 친한 형이 이직 준비를 하다가 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며 연락을 해왔다. 경력도 자격증도 차고 넘치는데 서류에서 계속 떨어지길래 이유를 물어봤더니, 돌아온 답이 오버퀄리파이드였다는 거다.

처음 들었을 땐 이게 칭찬인지 돌려 까는 말인지 헷갈리는 애매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들어보니 형은 대기업에서 십 년 넘게 일하다가 작년에 회사 사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했고, 눈높이를 낮춰서 한 단계 아래 직급인 중소기업 매니저 자리에 지원했다고 했다. 그런데 서류조차 붙지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런데 알고 보니 미국 채용 시장에서는 꽤 자주 나오는 탈락 사유였다. 최근 한 채용 데이터 분석에서는 오버퀄리파이드가 전체 탈락 사유의 12.2퍼센트를 차지해서, 자격 미달로 떨어진 12.0퍼센트보다도 비중이 높게 나왔다.

재밌는 건 직급별로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주니어급 채용에서는 경력이 과하다는 이유로 떨어지는 비율이 13퍼센트나 됐는데, 임원급으로 가면 3.4퍼센트로 뚝 떨어진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냐면, 낮은 직급일수록 회사가 정해놓은 급여와 역할 범위가 좁기 때문이다. 그 틀에 비해 지원자의 경력이 넘치면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채용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이유가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온다. 응답자의 75퍼센트가 경력이 과한 사람은 이 역할에서 금방 의욕을 잃을 거라고 답했고, 74퍼센트는 더 좋은 자리가 나오면 바로 떠날 거라고 걱정했다.

심지어 58퍼센트는 그럴 바에는 차라리 경력이 적은 사람을 새로 뽑아서 가르치겠다고 답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붙잡아둘 자신이 없는 인재보다 오래 다닐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셈이다.

급여 문제도 크다. 경력이나 학력이 채용 기준을 웃돌면 담당자들은 이 사람은 우리가 책정한 예산보다 더 받고 싶어할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매니저 개인의 불안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한다. 뽑으려는 사람이 자기보다 경력이 많으면, 나중에 팀 운영에 불만을 가지거나 자기 입지를 흔들까 봐 꺼리는 경우도 실제로 있다.

요즘 들어 정리해고를 겪은 시니어급 인력들이 눈높이를 낮춰서 한 단계 아래 직급에 지원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얘기도 자주 들린다. 그러다 보니 오버퀄리파이드라는 딱지가 붙는 지원자 자체가 예전보다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얘기가 나이 차별 문제랑 맞닿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력이 많다는 이유로 걸러내는 게 실은 나이 많은 지원자를 에둘러 거르는 방법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다.

구직자 입장에서 보면 이건 꽤 억울한 얘기다. 2026년 봄에 진행된 한 구직자 대상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8퍼센트가 오버퀄리파이드를 이직 실패의 이유로 꼽았는데, 이 수치는 자격 미달을 이유로 꼽은 비율과 거의 비슷했다.

같은 조사에서 81퍼센트는 회사들이 경력 많은 지원자를 너무 성급하게 걸러내고 있다고 답했다. 뽑는 쪽도 손해라는 걸 알면서도 관행처럼 걸러내는 셈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정반대되는 통계도 있다. 채용 담당자 열 명 중 일곱 명은 자기네 회사가 원래 오버퀄리파이드 지원자도 곧잘 채용하는 편이라고 답했다는 조사도 있다. 결국 회사나 채용 담당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온도차가 꽤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얘기를 듣고 나니 이력서에 경력을 다 드러내는 게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하는 자리에 맞춰서 강조할 경력과 자격증을 골라 쓰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력서 컨설턴트들이 자주 권하는 방법 중 하나는 문장 표현 자체를 바꾸는 거다. 이를테면 개발팀 10명을 이끌고 앱을 출시했다는 식으로 쓰는 대신, 개발자들과 함께 코드를 짜고 앱을 출시했다는 식으로 실무 중심으로 풀어 쓰는 식이다. 리더십 경력을 아예 감추라는 게 아니라, 지원하는 자리에 맞게 초점을 옮기라는 얘기다.

면접까지 갔다면 왜 이 자리에 지원했는지, 얼마나 오래 다닐 생각인지를 먼저 얘기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채용 담당자가 걱정하는 지점을 지원자가 먼저 짚어주는 셈이니까.

연봉을 낮춰서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를 굳이 먼저 꺼낼 필요는 없지만, 이 회사에서 배우고 싶은 부분이 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주면 훨씬 설득력이 있다고 한다.

커버레터를 쓸 때도 이 부분을 미리 짚어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왜 하필 이 회사, 이 역할에 관심이 생겼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두면 채용 담당자가 이력서만 보고 지레짐작할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다.

개인적으로는 경력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기회조차 못 받는 게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현실이 이렇다면, 이력서 한 장에 모든 걸 다 넣기보다는 자리에 맞게 다듬는 편이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