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부모와 같이 사는 게 이상해진 진짜 이유 - Saint Louis - 1

얼마 전에 친구한테 무심코 "요즘 부모님이랑 같이 지내는 사람 좀 있나" 하고 물었는데 다들 눈이 동그래지더라고요.

마치 제가 특이한 이야기를 꺼낸 것처럼 반응이 와서 오히려 제가 더 당황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미국에서는 성인이 되고도 부모와 한집에 살면 아직 독립을 못 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은근히 있죠.

근데 이게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더라고요.

1950년만 해도 미국 인구의 21퍼센트가 여러 세대가 한집에 사는 가구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1980년에는 그 비율이 12퍼센트까지 떨어지면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치를 찍었어요.

이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전쟁이 끝나고 교외에 핵가족 중심의 단독주택 단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민자 비율이 줄어든 것도, 노년층의 건강과 경제 사정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도 같이 맞물린 결과였어요.

여기서 노년층 사정이 좋아졌다는 부분을 좀 더 파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1935년 사회보장법이 통과되면서 노인들도 매달 현금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이 돈으로 자녀 집이 아닌 별도의 요양 시설에 들어갈 여력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개인이 운영하던 작은 하숙집 수준이었던 곳들이 본격적인 요양원 사업으로 커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965년에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까지 도입되자 이 요양원 산업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요.

참고로 요즘 기준으로 보면 요양원 1인실에 1년 지내는 비용이 평균 12만 7750달러 정도라고 하니, 웬만한 가정은 엄두도 못 낼 금액이 된 셈이죠.

즉 부모님이 따로, 그것도 시설에서 지내는 그림 자체가 특정 시기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가깝다는 거죠.

사람이 원래부터 나이 들면 자식과 떨어져 지내고 싶어 했던 게 아니라, 그럴 수 있는 돈과 시설이 그때 처음 생긴 거예요.

그러니까 부모와 따로 사는 게 정상으로 자리 잡은 건 사실 꽤 최근에, 그것도 특정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그림이라는 겁니다.

그 시기에 자란 세대가 지금 우리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세대이다 보니, 그 기준이 그대로 상식처럼 굳어버린 것 같아요.

그런데 재밌는 건 그 흐름이 1980년을 기점으로 다시 뒤집혔다는 거예요.

1971년에는 다세대 가구에 사는 사람이 1450만 명 정도였는데, 2021년에는 5970만 명까지 늘었거든요.

경기가 어려워질 때마다 부모와 자식이 다시 한집으로 모이는 경우가 늘었고, 인구 구성 자체도 달라졌습니다.

이민자 가정이나 아시아계, 흑인, 히스패닉 인구 비중이 커지면서, 원래 다세대 동거를 자연스럽게 여기던 문화가 통계에 더 크게 반영된 거죠.

그리고 이 흐름은 부모 세대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에요.

2020년 여름에는 18세에서 29세 사이 젊은 성인의 52퍼센트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건 1940년 대공황 시기 기록을 넘어선 수치였습니다.

사실 이렇게 다 큰 자식이 부모 집으로 되돌아가는 흐름에 '부메랑 세대'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퓨리서치센터였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황을 설명하면서 2012년에 처음 쓴 표현이었다고 해요.

결국 한쪽에서는 나이 든 부모가, 다른 한쪽에서는 다 큰 자식이 동시에 다시 한집으로 모이고 있는 셈이에요.

이쯤 되면 따로 사는 삶이 기본값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미국식 개인주의에서는 18살, 아니면 대학 졸업쯤 되면 부모 집을 나가는 게 일종의 성인식처럼 여겨지죠.

그런데 요즘은 요양 시설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부모를 시설에 모시는 대신 다시 집으로 모셔오는 가정도 늘고 있다고 해요.

실제로 2020년 AARP 조사를 보면 미국에서 돈 안 받고 가족을 돌보는 사람이 5300만 명이나 됐는데, 이건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라고 하더라고요.

1930년대에는 돈이 있어야 따로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돈 때문에 다시 합치는 셈이니 아이러니하죠.

이렇게 보면 세대를 가르는 벽이 도덕이나 애정의 문제가 아니라 그때그때 통장 사정을 따라 움직여온 셈이네요.

주변을 보면 이탈리아나 한국처럼 원래 다세대 동거가 흔한 문화권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는 이런 통계 변화가 딱히 새삼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한인 커뮤니티만 봐도 사실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게 그렇게 별난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다 큰 자식이 부모랑 왕래를 뜸하게 하면 그게 더 의아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였죠.

그래서 저는 독립을 나이에 맞춰 자로 잰 듯이 재단하는 시선이 조금 억울하다고 느껴요.

같이 사는 것도 따로 사는 것도 그냥 각자 사정에 맞는 선택일 뿐이지, 거기에 성숙과 미숙을 갖다 붙일 이유는 없잖아요.

통계만 놓고 봐도 따로 사는 게 정상이라는 기준 자체가 한 세대 반짝 유행했던 스타일에 가깝다는 게 드러나니까요.

다음에 누가 놀란 눈으로 물어보면, 저는 이제 당당하게 숫자까지 얹어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