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임 지는 뒷모습, 그리고 씁쓸함
결과만 놓고 보면 지휘봉을 내려놓는 것이 맞습니다. 본인도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며 사퇴를 하겠다고 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직후 사퇴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변명하지 않고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참 씁쓸합니다. 홍명보 감독이 축구를 모르는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였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장인 레전드입니다.
지도자로서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이 왜 이번에도 이런 결과를 냈을까?"
그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돕니다. 축구를 몰라서였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알아서 문제였다고 봅니다.
자신의 오래된 성공 방정식과 축구 철학을 밀어붙이다가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대회 첫 경기였던 체코전 2대1 역전승은 분명 커다란 희망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제 제대로 분위기를 탄다"며 LA의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멕시코전 0대1 패배, 그리고 비기기만 해도 32강 자력 진출이 가능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최종전 0대1 패배까지.
그 흐름 속에서 많은 팬이 느낀 답답함은 비슷했을 겁니다.

'왜 이리 소극적이지?'
'왜 먼저 전술적 변화를 주지 않지?'
'지고 있는데도 왜 흐름을 바꾸지 못할까?'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라는 역대급 '황금 세대'를 데리고도 벤치의 대응은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감독은 결국 경기 흐름을 읽고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자리입니다. 유연하지 못한 전술과 고집스러운 선수 기용 속에서 팬들의 신뢰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예전 방식을 믿고 버티는 축구는 이제 세계 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마주한 셈입니다.
그래도 홍명보 감독이 한국 축구에 남긴 공까지 전부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선수로서는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영웅이었고, 감독으로서는 영광과 고독한 실패를 모두 경험한 이였습니다.
두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씁쓸하게 지휘봉을 내려놓는 그의 뒷모습 역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겁니다.
이제 정말 중요한 것은 '다음'입니다. 누가 감독이 되느냐보다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단순히 이름값만 보고 선임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현대 축구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전술적으로 유연하며, 선수들과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LA에서 대표팀 경기를 볼 때마다 마음은 늘 같습니다. 이기면 좋고, 지면 속상합니다. 몸은 타지에 있어도 축구를 향한 마음은 한국에 계신 분들과 똑같습니다.
이제는 지나간 실패에 갇혀 비난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이번의 아픔을 제대로 분석해서 대한민국 축구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당당하게 우리 실력으로 승리를 확정 짓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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