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이 앨버커키에 살기 좋은 이유,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 Albuquerque - 1

앨버커키에 한국 사람이 왜 살아? 생각보다 살 만한 이유

미국에서 한인 많이 사는 도시 하면 LA, 뉴욕, 애틀랜타, 달라스 이런 데부터 생각하지 누가 뉴멕시코 앨버커키를 먼저 떠올리겠어요.

저도 예전에는 앨버커키 하면 사막에 선인장 있고 서부영화 찍는 동네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것저것 따져보면 의외로 여기 정착해서 사는 한인들이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집값이에요. 캘리포니아에서 살다가 앨버커키 집값 보면 솔직히 눈이 좀 커집니다. LA나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오래된 집도 70만, 80만 달러를 우습게 넘어가는데 앨버커키는 아직 30만 달러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집들이 있습니다. 렌트도 캘리포니아 대도시에 비하면 부담이 덜하고요. 요즘처럼 월급은 조금 오르는데 렌트하고 장보는 돈은 더 빨리 올라가는 세상에서는 이것도 무시 못 합니다.

날씨도 생각보다 괜찮아요. 뉴멕시코라고 하면 여름에 무조건 푹푹 찌는 줄 아는데 앨버커키는 해발 5,000피트가 넘는 고지대 도시입니다. 햇빛은 강하지만 습도가 낮아서 한국 장마철처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하고는 좀 달라요. 대신 햇볕이 워낙 강해서 선크림 안 바르고 돌아다니면 얼굴이 금방 익습니다. 겨울에는 눈도 오지만 북부 산악지역처럼 매일 눈 치우면서 살아야 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교육 때문에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시내에 University of New Mexico, 흔히 UNM이라고 부르는 큰 주립대학이 있습니다. 연구 중심 대학이고 의대와 로스쿨도 갖추고 있어서 교수나 연구원, 의료계 종사자, 유학생들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대학을 중심으로 한국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자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괜찮은 동네예요. 바로 옆에 산디아 산맥이 떡하니 있어서 주말에 멀리 여행 갈 필요 없이 하이킹을 할 수 있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리오그란데 강을 따라 이어지는 보스케 트레일을 이용합니다. 산디아 피크 트램웨이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가면 여기가 정말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풍경도 좋습니다.

물론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한 것도 있어요. LA처럼 차 타고 10분 나가면 H마트 나오고, 설렁탕 먹고 싶으면 설렁탕집 가고, 짜장면 먹고 싶으면 중국집 가는 생활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인 식당이나 식품점 선택지가 대도시에 비하면 확실히 적고 한인 커뮤니티도 작습니다. 한국 사람끼리 사업하고 사람 만나고 정보 얻는 것이 중요한 분이라면 답답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요즘은 꼭 회사 근처에 살아야 하는 세상도 아니잖아요. 집에서 일할 수 있고 복잡한 대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집값 부담 조금 줄이고, 교통체증에 하루 두 시간씩 버리지 않고, 주말이면 산에 올라가고 싶다는 사람에게 앨버커키는 의외로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어요.

결국 앨버커키는 한국 사람이 많이 살아서 좋은 도시라기보다, 한국 사람이 별로 없어도 상관없는 사람에게 괜찮은 도시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