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수도관 연속 파열, 설마 지진 징조는 아니겠지? - Los Angeles - 1

요즘 엘에이 살면서 뉴스 틀었다 하면 온통 어디 수도관 터져서 물이 넘치게 샌다고 하는 소식뿐입니다.

웨스트할리우드, 제퍼슨파크에 이어 이번엔 베벌리그로브까지...

아니, 무슨 LA 땅속에서 폭탄이라도 터진건처럼 수도관이 난리도 아닙니다.

얼마 전 웨스트할리우드 선셋 블러바드 쪽 36인치짜리 대형 수도관 터졌을 때 뉴스 보셨습니까?

약 1천700만 갤런이라는 미친 양의 물이 도로로 뿜어져 나오고, 선셋 도로 한복판에 대형 싱크홀이 푹 뚫리는 모습을 보는데 진짜 기가 차더군요.

차들 침수되고 영업 접은 업소들 보면서 "와, 장난 아니다" 싶었죠.

그런데, 바로 이어서 주변에서 소규모 파열이 또 일어나질 않나, 제퍼슨파크 터지고, 급기야 2주만에 베벌리그로브까지 수도관 터져서 물바다가 됐습니다. 

이쯤 되니까 운전할때 찜찜합니다. "아니, 땅 밑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길래 이 난리인가?" 내가 운전할때 뭐가 터져오르진 않겠지 걱정할 정도 입니다.

한국에서 운전하다가 땅이 푹 꺼져서 죽은사람도 있다고 뉴스 본 기억이 있거든요.

그리고 LA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품고 있는 그 불길한 단어, '빅원(Big One, 대지진)'의 징조는 아닐까 괜히 걱정되기도 합니다.

땅속에서 뭔가 지각 변동이라도 일어나서 관을 짓누르고 터뜨리는 거 아닌가 하는 무서운 상상까지 들더라고요. 

지진 징조일까, 아니면 그냥 발생하는 사고들인가.

구글링 해보고 쳇GPT 물어보니까 다행히 과학자들 말을 들어보면 지진 징조일 확률은 극히 낮다고 합니다.

지진으로 인한 지각 변동이 원인이라면 수평·수직 지층 이동이나 미세 지진 신호가 먼저 감지되어야 하는데 그런 건 없다고 하네요.

그럼 대체 진짜 원인이 뭐냐? 결론부터 말하면 지진보다 더 현실적이고 답답한 '극강의 노후화'와 '지자체 행정의 헛발질' 때문입니다. 


100년 된 '박물관급' 수도관의 비명LA 땅 밑에 묻혀 있는 대형 주철 수도관들, 상당수가 1900년대 초반, 그러니까 100년도 더 전에 까놓은 것들입니다.

수명이 진작에 끝난 관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으니, 내부 수압을 버티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쩍쩍 갈라지는 겁니다. 

캘리포니아의 극단적인 날씨 변화가뭄이 길어지면 땅이 바짝 말라 수축하면서 수도관을 압박합니다.

그러다가 비가 가끔 쏟아지거나 수압 변화가 생기면 굳어있던 흙과 낡은 관이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터져버리는 거죠. 

LADWP는 "LA 전역에서 하루 평균 2~4건 파열되는 건 맞는데, 다른 도시에 비하면 누수율은 전국 평균보다 낮다"라는 식으로 해명을 내놓더라고요.

하루에 2~4건씩 도로가 뚫리고 물이 터져 나가는데 "전국 평균보다 낮으니 괜찮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결국 지진 같은 자연재해의 무서움이 아니라, 알면서도 돈 없다고, 교체하기 번거롭다고 미뤄온 '인재'에 가까운 셈입니다. 

길거리 지나다니다가 유난히 바닥에 물이 축축하게 고여 있거나 멀쩡한 도로가 살짝 부풀어 올라 있으면 일단 피하고 보게 됩니다.

언제 내 발밑에서 1,700만 갤런짜리 수중 폭탄이 터져서 싱크홀로 꺼질지 모르니까요. 

비싼 세금은 다 어디로 가고 땅속 관 하나 제때 못 바꿔서 이 모양 이 꼴인지...

오늘도 운전대 잡고 출근하면서 멀쩡해 보이는 도로 눈치나 봐야 하는 LA 주민 생활, 참 씁쓸하고 한탄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