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인터넷 보면 하는말들이 돈도 좋고 보험도 좋은데 늦기 전에 몸 근육부터 만들어 놓으라고 난리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됐다. 오래 살려면 심장이나 혈관이 중요하지 허벅지 굵은 것하고 수명이 무슨 관계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근육이 그냥 힘쓸 때 사용하는 살덩어리가 아니었다.
특히 허벅지와 엉덩이가 중요하다고 한다. 나이 60에 힙업이 필요한가 싶은데 이게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근육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걷고, 계단 올라가고, 의자에서 일어나고, 휘청했을 때 버티는 일까지 전부 이놈들이 한다.
젊었을 때는 다리에 힘 좀 없어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60대, 70대가 되면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균형감각까지 떨어지면 넘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다 고관절이라도 다치면 누워 있으니 근육은 더 빠지고, 근육이 빠지니 더 못 걷는다. 아주 악순환 풀코스 돌다가 사망하기 쉽다.
근육은 혈당 처리 공장이기도 하다. 밥 한 공기 먹고 들어온 포도당을 받아 저장하고 사용하는 대표적인 조직이 골격근이다.
근육을 꾸준히 사용하면 인슐린 감수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나이 들어 배만 나오고 팔다리가 가늘어지는 체형이 별로 반갑지 않은 것이다. 몸무게는 똑같은데 근육은 빠지고 지방으로 갈아탔을 수도 있다.
진짜 근육의 진가는 아플 때 나온다. 큰 수술이나 감염처럼 몸에 비상사태가 생기면 근육의 단백질은 회복 과정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공급하는 자원이 된다.
평소에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위기가 닥치면 꺼내 쓰는 비상금 같은 존재다.
팔 근육도 마찬가지다. 장바구니 들고, 무거운 문 열고, 몸을 일으키고, 넘어질 때 손으로 바닥을 짚는 것도 결국 상체 힘이다.
악력이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살펴보는 지표 중 하나로 쓰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렇다고 나이 50 먹고 갑자기 보디빌더가 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60에 공차고 다니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70살에 혼자 화장실 갈때 어구구 소리 안내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고, 80에도 혼자 운전하고 마트에서 장 본 봉투를 들고 집에 올 정도면 된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나이가 들면 엄청난 재산이다.
걷기와 자전거도 좋지만 근육 자체를 지키려면 스쿼트나 계단 오르기 같은 하체 운동에 푸시업, 로우 같은 상체 저항운동도 해주는 게 좋다.
단백질 잘 챙겨 먹고 쉬는 것도 운동의 일부다.
나는 이제 근육을 몸속에 만들어 놓는 개인 병원이라고 생각한다.
젊어서 모아놓은 돈이 노후 생활비라면 40대, 50대부터 모아놓은 근육은 노후 신체보험이다.
늙어서 정말 무서운 건 얼굴에 주름 몇 줄 더 생기는 게 아니다.
내 두 다리가 있는데도 내 힘으로 걷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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