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스베가스에 자리 잡고 산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처음 왔을 때 제일 신기했던 게 이거였다. 아니, 여기는 사막인데 물을 왜 이렇게 펑펑 쓰지?
여름이면 110도가 우습게 넘어가는데 호텔 앞에서는 분수가 음악에 맞춰 춤추고, 골프장 잔디는 한국 논바닥보다 파랗고, 웬만한 단독주택에는 수영장이 하나씩 있다.
처음에는 라스베가스 지하에 무슨 용왕님이라도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래 살다 보니 그 물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는 곳이 바로 미드호다.
미드호는 관광객들이 후버댐 구경 갔다가 사진 한 장 찍고 오는 호수가 아니다.
라스베가스를 비롯해 미 서부의 물과 전력 문제에 직접 연결된 거대한 저수지다.
그러니 뉴스에서 "Lake Mead water level"이라는 말이 나오면 여기 사는 사람은 귀가 살짝 열린다.
몇 년 전 수위가 1,040피트 안팎까지 내려갔을 때 후버댐 쪽에 가보면 정말 희한했다. 산비탈에 하얀 띠가 쫙 생겨 있다. 예전에 물이 차 있던 자리다.
쉽게 말하면 욕조에 물 받아놓고 한참 빼니까 욕조 벽에 때 자국만 남은 것과 비슷하다. 규모가 좀 많이 큰 욕조라는 차이뿐이다.
물이 빠지니까 별것이 다 나왔다. 옛날에 가라앉은 배도 나오고 이런저런 물건도 나오더니 사람 유해까지 발견됐다.
역시 라스베가스 아니랄까 봐 "옛날 마피아가 처리한 사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붙었다.
호수에 물이 없어진다는데 사람들은 CSI 라스베가스부터 찍고 있다.
그런데 실제 문제는 웃을 일이 아니다. 미드호의 물은 결국 콜로라도강에서 들어온다.
로키산맥에 겨울 동안 쌓인 눈이 봄에 녹아서 내려와야 하는데 장기간 가뭄과 높은 기온이 겹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눈이 적게 쌓이거나 녹은 물이 증발하고 토양으로 흡수되는 양이 커지면 미드호까지 오는 물도 줄어든다.
게다가 물 나눠 먹는 계산서가 무려 100년도 전 작품이다.
1922년 콜로라도강 협약을 만들 당시에는 강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물의 양을 지금 기준으로 보면 꽤 낙관적으로 잡았다는 지적이 많다.
그 사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를 비롯한 서부 지역 인구는 엄청나게 늘었다. 100년 전 계산으로 21세기 사람들이 물을 나눠 먹고 있으니 삐걱거릴 만도 하다.
재미있는 건 라스베가스 호텔 분수가 주범일 것 같지만 실제 콜로라도강 유역에서 가장 많은 물을 사용하는 분야는 농업이라는 점이다.
물 많이 먹는 작물을 대규모로 키우는 상황에서 나한테 샤워 3분 빨리 끝내라고 해봐야 솔직히 좀 억울하다.
내가 머리 감다가 3분 일찍 나온다고 미드호가 찰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라스베가스가 손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는 물 재활용에 정말 독하다.
실내에서 사용한 물을 처리해 다시 시스템으로 돌리고, 필요 없는 잔디를 없애는 정책도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다.
진짜 걱정은 수위가 극단적으로 떨어졌을 때다. 후버댐 발전량에도 영향을 주고, 더 심각해지면 하류로 물을 보내는 문제까지 복잡해진다.
라스베가스 10년 살면서 집값 걱정하고, 재산세 걱정하고, 전기료 걱정했는데 이제는 호수에 물이 얼마나 있나까지 쳐다보고 산다.
결국 라스베가스에서 미드호는 관광지가 아니다. 우리 집 수도꼭지 뒤에 달려 있는 초대형 물탱크다.


커피Queen
UrbanStar95
mooncitywalker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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