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은 했는데 왜 나는 못 내리나, 비행기 뒷자리의 서러움 - Los Angeles - 1

국내선 비행기 뒷자리 타면 드는 생각, 이게 옛날 3등석인가

팬더믹 끝나면서부터 회사 출장과 영업일로 비행기를 하도 자주 타다 보니 이젠 좌석에도 사람 팔자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쪽에 있는 좋은 자리 (Domestic First) 타면 도착하기도 전에 사람이 먼저 내려갈 준비가 되어 있고, 그 뒤 쪽에 앉아도 착륙하고 바로 빠져나간다.

그런데 사우스 웨스트 737이건 유나이티드 320이건 국내선 이코노미 맨 뒤쪽에 걸리는 날은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며칠 전에도 비행기 거의 끝자락에 앉았다. 착륙은 분명히 했다. 안전벨트 사인도 꺼졌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나는 아직 비행기 안이다. 앞에서는 사람들이 짐을 꺼내고, 가방을 못 찾아서 위 선반을 계속 열었다 닫았다 한다. 한 줄 빠지고 또 멈춘다.

앞쪽 사람들은 벌써 짐 찾으러 줄 서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아직 37열에서 천장만 보고 있다.

이럴 때면 영화에서나 보았던 옛날 배의 3등석 승객이 생각난다. 타이타닉 같은 옛날 대서양 횡단선을 보면 1등석, 2등석, 3등석이 확실히 나뉘어 있었다.

돈 많은 사람들은 좋은 방에서 식사하고 넓은 공간을 이용했고, 3등석 승객들은 배 아래쪽 좁은 선실에서 여러 명이 생활했다.

같은 뉴욕을 향해 가는데 여행 과정은 완전히 달랐던 셈이다.

요즘 비행기는 물론 그 정도는 아니다. 이코노미 뒤에 앉았다고 물 안 주는 것도 아니고 화장실도 같이 쓴다.

그런데 착륙하는 순간만큼은 묘하게 계급사회가 부활한다.

퍼스트, 비즈니스가 먼저 나간다. 그다음 앞쪽 이코노미가 줄줄이 빠져나간다. 우리는 기다린다.

특히 누가 공항에 마중나왔거나 내가 이동시간이 빠듯할 때는 속이 타들어 간다.

더 웃기는 것은 한국 사람 특유의 급한 마음이다. 안전벨트 사인 딱 꺼지면 일단 일어난다.

일어난다고 빨리 나가는 것도 아니다. 머리 숙이고 10분 동안 서 있는다.

나도 안 일어나면 손해 보는 것 같아서 같이 일어난다.

그러고는 생각한다. 내가 지금 왜 서 있지?

드디어 3등석에도 하선 명령이 떨어졌다.

공항에 나와 보면 겨우 10분, 15분 차이다.

그런데 비행기 안에서 기다리는 그 15분은 왜 한 시간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다음에는 돈 조금 더 내고 앞자리를 잡아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다음 여행에서도 싼 표를 발견하면 또 맨 뒤를 예약하는 나를 보게된다 ㅋㅋ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