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이 건넨 달콤한 Line of Credit의 진짜 얼굴 - Denver - 1

덴버에서 몇 년 장사하다 보면 은행이나 카드회사에서 슬슬 나를 인정해 주는 순간이 옵니다.

처음 사업 시작했을 때는 카드 한 장 만드는 것도 이것저것 따지더니, 대금을 5년넘게 꼬박꼬박 갚으니까 어느 날부터 분위기가 달라져요.

"당신에게 $9,000까지 필요한 만큼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아멕스에서 이런 레터가 날아오고, 주거래 미국 은행에서는 또 $10,000짜리 Line of Credit을 열어주겠다고 합니다.

'드디어 이 덴버 땅에서도 미국 금융기관이 나를 제대로 인정해 주는구나.'

둘을 합치면 1만 9천 달러입니다.

앱에서 버튼 몇 번 누르면 필요할 때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다니, 마치 내 비상금 통장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미국에서 Line of Credit은 그 자체로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사업판에서는 아주 유용한 금융 수단이죠. 매달 매출 변동이 있는 소규모 자영업자에게는 든든한 비상용 현금창고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거래처에서 받을 돈 1만 달러가 한 달 뒤로 밀렸다고 칩시다.

하지만 직원 월급, 매장 렌트비, 재료비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죠.

이때 Line of Credit에서 5천 달러를 잠깐 꺼내 써서 급한 불을 끄고, 거래처 돈이 들어오면 바로 메꿔 넣는 겁니다. 이게 바로 정석적인 활용법입니다.

문제는 이 한도 금액을 '내 돈'으로 착각하기 시작할 때 발생합니다.

아멕스 9천 달러 믿고 쓰고, 은행 1만 달러 있으니 안심하다 보면, 카드 잔액까지 더해져 빚이 2만, 3만 달러 넘어가는 건 순식간입니다.

특히 덴버처럼 겨울철 계절 타는 비즈니스라면 방심하는 순간 그대로 늪에 빠집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빌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왜 빌리고 어떻게 갚을 것이냐'입니다.

사업 확장을 위해 1만 달러를 끌어와 2만 달러의 추가 매출을 만들 수 있다면 의미 있는 투자입니다.

반대로 매달 적자가 나서 렌트비와 생활비를 신용한도로 막고 있다면 심각한 경고 신호입니다.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악순환이 시작된 거니까요.

저는 Line of Credit을 소화기라고 봅니다.

집에 소화기 하나 있다고 매일 불을 지르면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1만 9천 달러 승인받았어도 급할 때 열 수 있는 비상문이 하나 생긴 것뿐이죠.

안 쓰고 버틸 수 있으면 그게 제일 편하고, 필요할 때 잠깐 쓰고 빛의 속도로 갚으면 최고의 도구가 됩니다.

오히려 장사 잘되고 매출 좋을 때 이런 신용라인을 미리 뚫어놓는 게 미국식 사업 지혜입니다.

진짜 돈이 가뭄처럼 말랐을 때 은행 찾아가면, 그땐 은행이 절대 돈을 안 빌려주거든요.

아멕스에서 9천 달러, 은행에서 1만 달러 준다고 하면 감사히 승인받아 두세요. 다만 딱 하나만 가슴에 새기면 됩니다.

미국에서 신용이 좋다는 건 '돈을 많이 빌릴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빌릴 능력이 있어도 필요 없으면 안 빌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