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러 콜 사울 속 그 동네, 앨버커키 은퇴 생활은 어떨까 - Albuquerque - 1

베러 콜 사울을 보다 보면 사울이 노인들을 상대로 영업하러 다니는 장면이 나옵니다.

앨버커키라는 도시를 들여다보면 은퇴자들이 살 만한 이유가 제법 있습니다.

실제로 베러 콜 사울과 브레이킹 배드 대부분이 앨버커키에서 촬영됐으니 도시 분위기도 그대로 많이 들어갔고요.

나이 들면 결국 제일 먼저 따지는 게 돈이에요. 젊을 때야 직장 따라 LA도 가고 뉴욕도 가지만 은퇴하고 매달 들어오는 돈이 소셜시큐리티와 연금으로 어느 정도 정해져 버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캘리포니아에서 80만 달러, 100만 달러 하는 집을 팔고 앨버커키로 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집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남은 돈을 은퇴자금으로 돌릴 수도 있으니 집 하나가 재산의 대부분인 사람에게는 상당히 현실적인 선택이죠.

날씨도 은퇴자들이 좋아할 만합니다. 뉴멕시코라고 하니까 한여름에 프라이팬처럼 뜨거울 것 같지만 앨버커키는 해발 약 5,300피트에 있는 고지대 도시예요. 여름에는 덥지만 습도가 낮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더운데 습하기까지 해서 밖에 나가자마자 등에 땀 차는 날씨인데 여기는 그게 덜해요. 밤에는 기온도 비교적 잘 내려갑니다. 맑은 날이 많은 것도 장점이고요.

그러다 보니 나이 들어서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아침에 산책하고 자전거 타고, 조금 건강한 분들은 산디아 산 쪽으로 하이킹도 갑니다. 시에서 운영하는 시니어센터도 있어서 운동이나 미술, 게임,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베러 콜 사울 속 그 동네, 앨버커키 은퇴 생활은 어떨까 - Albuquerque - 2

은퇴하고 제일 무서운 게 돈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하루 종일 할 일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사람 만나고 밥 먹고 운동할 장소가 있다는 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의료시설도 아예 없는 작은 은퇴도시와는 다릅니다. 앨버커키는 뉴멕시코에서 가장 큰 도시라 University of New Mexico Hospital을 비롯해 Presbyterian, Lovelace 같은 큰 의료 시스템이 있습니다.

다만 이건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뉴멕시코는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있어서 전문의를 만나려면 오래 기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각한 지병이 있어서 특정 전문의를 자주 만나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은 이사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하는 게 고도예요. 앨버커키 자체가 이미 해발 1,600미터 정도입니다. 평지에서 평생 살던 사람이 와서 처음 며칠 걸어보면 "아이고, 왜 이렇게 숨이 차?" 할 수도 있어요. 공기도 건조하고 자외선도 강해서 피부와 눈 관리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베러 콜 사울에 나오는 것처럼 모든 은퇴자가 거대한 노인 전용 타운에 모여 사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 주택가, 아파트, 55세 이상 커뮤니티, 독립생활형 시니어 주거시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assisted living 등 여러 형태로 나뉩니다.

결국 앨버커키 은퇴의 매력은 화려해서가 아니에요. LA처럼 한국 음식점이 줄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닷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신 집값 부담을 줄이고, 햇빛 많이 보면서 조용하게 살고, 필요하면 대도시 수준의 기본적인 의료와 생활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거죠.

젊었을 때는 심심해서 못 살 것 같은 도시가 나이 들면 오히려 편안해 보이는 것, 그게 앨버커키가 은퇴자들에게 갖는 묘한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