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ing Bad 방영 전후로 달라진 앨버커키 도시 이미지 - Albuquerque - 1

미드 드라마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미국 도시 가운데 드라마 하나 잘 만나서 팔자가 제대로 바뀐 곳이 앨버커키가 아닐까 싶어요.

솔직히 브레이킹 배드 나오기 전에 한국 사람 붙잡고 "앨버커키가 어디예요?" 물어봤으면 열 명 중 몇 명이나 뉴멕시코라고 대답했을까요.

이름부터 어렵습니다. 앨버커키인지 알버커키인지 몇 번을 들어도 헷갈려요.

뉴멕시코라고 하면 더합니다. "거기 멕시코 아니야?"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2008년 브레이킹 배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사막 한가운데 팬티만 입고 서 있는 화학교사 월터 화이트부터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뒤로 끝없이 뻗은 도로, 낮은 주택가, 허름한 모텔과 세차장까지 전부 앨버커키라는 도시의 이미지로 머리에 박혀버립니다.

나중에는 월터 화이트 집만 나와도 "아, 저기 앨버커키" 하고 알아보게 됩니다.

더 웃긴 건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관광객들이 계속 찾아온다는 겁니다.

Walter White의 집, A1A 세차장 촬영지, Los Pollos Hermanos로 나온 Twisters 식당 같은 장소를 찾아다니는 투어까지 생겼어요.

월터가 피자를 지붕 위로 던진 집은 너무 많은 팬들이 찾아와 실제 집주인이 관광객 때문에 골치를 앓았습니다.

사람들이 정말 피자까지 지붕에 던지는 바람에 결국 울타리를 설치했을 정도니까요.


Breaking Bad 방영 전후로 달라진 앨버커키 도시 이미지 - Albuquerque - 2

물론 앨버커키 주민들 입장에서는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자기 동네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데 하필 이미지가 마약 제조, 카르텔, 총격전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외국 사람들이 찾아와서 "여기가 그 조폭 두목 살던 집입니까?" 하고 사진 찍는 것과 비슷한 기분일 수도 있겠죠.

앨버커키가 실제로 범죄 문제가 없는 도시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마약 만들고 거스 프링이 치킨집 뒤에서 조직을 운영하는 곳은 당연히 아닙니다.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니까요.

오히려 재미있는 건 이 두 작품 때문에 평범한 장소들이 관광지가 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식당 하나, 세차장 하나, 평범한 단독주택 하나가 전 세계 팬들에게는 성지가 됐습니다.

관광지라는 게 꼭 자유의 여신상이나 그랜드캐니언처럼 거창해야 하는 것도 아닌가 봅니다.

결국 브레이킹 배드와 베러 콜 사울이 앨버커키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관광객 숫자보다 이것인지도 모릅니다.

예전에는 지도에서 찾아봐야 알던 도시를 이제는 사막 풍경 하나만 보여줘도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보게 만들었다는 것.

그런데 앨버커키 주민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어요.

세계적인 도시가 되긴 됐는데 하필이면 마약왕 월터 화이트 덕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