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이 Irving에 계속 모여 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 - Irving - 1

처음 Irving으로 이사를 생각했을 때 나도 고민을 좀 했다. DFW에서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면 당연히 Carrollton이나 Plano 아닌가 싶었다. 한인마트도 많고 식당도 많고 교회와 학원까지 있으니 굳이 Irving을 선택할 이유가 있나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직장, 공항, 집값, 한인 생활권을 한꺼번에 놓고 계산하면 Irving의 위치가 상당히 괜찮다.

제일 먼저 DFW 국제공항이다. 한국을 자주 오가는 사람이라면 이건 무시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공항까지 한 시간씩 운전할 필요 없이 지역에 따라 10~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출장이 잦은 직장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새벽 비행기 한번 타보면 공항 가까이 사는 게 얼마나 편한지 바로 알게 된다.

Las Colinas라는 대형 비즈니스 지구가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어빙에는 대기업 본사와 오피스가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고 금융, IT, 의료, 유통 등 다양한 회사들이 모여 있다. 직장이 Las Colinas라면 출퇴근 때문에 하루 두 시간을 도로에서 버릴 이유가 없다.

인구 구성을 봐도 어빙은 전형적인 미국 교외도시와 조금 다르다. 전체 인구가 25만 명을 넘고 외국 출생 주민 비율도 상당히 높다. 길거리에서 여러 언어가 들리는 게 이상하지 않은 동네다. 인도계와 히스패닉을 비롯해 다양한 이민자 커뮤니티가 함께 살고 있다.

한인 입장에서 중요한 건 한국 생활 인프라인데, 어빙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필요는 없다. Carrollton의 한인마트와 식당가까지 자동차로 이동하기 어렵지 않다. H Mart 가서 장보고 설렁탕 한 그릇 먹고 돌아오는 게 큰일이 아니다. 한인 교회나 학원도 DFW 북부 지역까지 범위를 넓히면 선택지가 많다.

아이들이 있다면 학군은 조금 더 꼼꼼하게 봐야 한다. "Irving이니까 어느 학교"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같은 도시 주소라도 배정 학교와 교육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집 계약 전에 해당 주소의 실제 배정 학교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학군이 우선이면 집 위치를 거기에 맞춰 골라야 한다.

가격도 현실적인 이유다. Plano나 DFW의 인기 학군 지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은 렌트와 주택을 찾을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어빙 전체가 싼 것도 아니다. Las Colinas의 신축 아파트나 좋은 위치의 주택은 당연히 비싸다. 조금만 지역을 옮기면 가격 차이가 상당히 벌어진다.

결국 Irving의 장점은 하나가 압도적으로 좋다는 데 있지 않다. 모든 게 적당히 맞아떨어진다는 데 있다.

공항은 가깝고, 회사는 많고, Carrollton 한인 상권도 멀지 않고, 주거비도 선택의 폭이 있다. 달라스 도심에도 접근하기 어렵지 않다.

한인들이 어디에 사느냐는 결국 생활의 계산이다. 매일 회사까지 몇 분 걸리는지, 주말에 한인마트 가기 편한지, 공항은 얼마나 가까운지, 월세는 얼마인지 하나씩 더해본다.

그 계산을 해보면 Irving이 화려한 로망 때문에 선택하는 도시는 아닐지 몰라도, 현실적으로 꽤 말이 되는 선택이라는 걸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