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아이가 학교에서 놀림당했을 때 부모가 할 일 - Morgantown - 1

저녁 식탁에서 아이가 밥을 깨작거리다가 불쑥 말을 꺼냈어요. 친구가 자기 도시락 냄새가 이상하다고 했대요. 별일 아니라는 듯 웃는데, 그 웃음이 좀 어색해 보이더라고요.

마침 10월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미국에서는 10월을 전국 괴롭힘 예방의 달(National Bullying Prevention Month)로 지켜요.

이 캠페인은 2006년에 PACER 센터 산하 전국 괴롭힘 예방 센터가 시작했어요. 괴롭힘을 아이들이 크면서 한 번쯤 겪는 통과의례로 보는 시선을 바꾸자는 취지였다고 해요.

올해 대표 행사인 유니티 데이(Unity Day)는 10월 21일 수요일이에요. 이날은 주황색 옷이나 소품을 하고 등교하는 게 핵심이에요.

주황색이 대화의 물꼬가 된다는 발상이 참 좋아요. 저는 아이랑 주황 리본을 같이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그런데 아시안 아이들 이야기로 들어가면 숫자가 조금 복잡해져요. 연방 교육통계센터(NCES)의 2022년 조사를 보면, 2021-22학년도에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한 12~18세 학생은 전체 19%였어요.

같은 조사에서 아시안 학생은 9%로 나왔어요. 숫자만 보면 오히려 낮은 편이죠.

그런데 다른 조사는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줘요. 비영리단체 Act To Change가 2021년에 아시안 청소년 300명 이상에게 물었더니 80%가 대면이나 온라인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했어요.

두 조사는 대상도 질문 방식도 달라서 단순 비교는 어려워요. 다만 눈에 걸리는 수치가 하나 있었어요.

같은 Act To Change 조사에서 괴롭힘을 어른에게 말했다는 비율이 아시안은 38%, 비아시안은 63%였거든요. 말을 안 하니 통계에 덜 잡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부모가 학교에 연락하는 게 번거로울까 봐, 괜히 일이 커질까 봐 아이가 먼저 입을 닫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런 마음이라면 생각만 해도 짠하죠.

우리 아이도 딱 그랬어요. 한참 지나서야 식탁에서 흘리듯 말했으니까요.

그래서 제일 먼저 할 일은 아이가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거예요. 캐묻기보다는 오늘 제일 별로였던 순간이 뭐였는지 가볍게 물어봐요.

아이가 털어놓으면 먼저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줘요. 도시락이든 눈 모양이든 이름 발음이든, 놀림의 이유를 아이에게서 찾지 않는 게 중요해요.

그다음은 기록이에요. 날짜, 장소,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본 친구가 있는지 적어 둬요.

온라인 괴롭힘이면 화면을 캡처해 두세요. 나중에 학교와 이야기할 때 이 기록이 큰 힘이 돼요.

웨스트버지니아는 주법(W. Va. Code 18-2C-3)으로 카운티 교육위원회마다 괴롭힘 금지 정책을 두도록 하고 있어요. 신고 절차, 조사 절차, 학부모 통보, 피해 학생 보호와 보복 방지 방안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요.

교직원이 괴롭힘을 알게 되면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어요. 학교 안뿐 아니라 스쿨버스, 버스 정류장, 학교 행사도 적용 범위에 들어가요.

그러니 담임 선생님께 이메일로 기록을 정리해 보내는 게 좋아요. 말로만 하면 흐지부지되기 쉬워서 저는 꼭 글로 남기는 편이에요.

우리 카운티 정책의 정확한 문구는 교육청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학교에서 신고 양식을 따로 쓰는지도 같이 물어보세요.

학교 대응이 미지근하다면 다음 단계도 있어요. 인종이나 출신 국가를 이유로 한 괴롭힘은 연방 민권법 Title VI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이 경우 연방 교육부 민권국(OCR)에 온라인으로 진정을 낼 수 있어요. 원칙적으로 차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안에 내야 하니 날짜를 꼭 챙겨 두세요.

물론 처음부터 싸우자는 건 아니에요. 학교와 차분히 이야기해서 풀 수 있다면 저는 그쪽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집에서는 아이가 쓸 수 있는 짧은 대답을 같이 연습해 봐요. 그건 우리 집 음식이야, 너도 한 번 먹어볼래 같은 말이요.

역할극처럼 놀이로 하면 아이가 훨씬 편하게 따라와요. 대답이 막히면 그냥 자리를 뜨고 어른에게 가도 된다는 것도 알려줘요.

아이가 옆에서 지켜보는 친구 입장일 때도 이야기해 두면 좋아요. 괴롭힘당하는 친구 옆에 가서 같이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용기 있는 행동이거든요.

저희는 그 후로 도시락 반찬으로 친구들 몫 김밥을 조금 싸 보냈어요. 다음 날 아이가 친구들이 맛있다고 했다며 신나서 들어오더라고요.

모든 일이 이렇게 풀리진 않겠죠. 그래도 아이 문화가 놀림거리가 아니라 나눌 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아이가 한 번 느껴본 게 컸어요.

저라면 이번 유니티 데이에 주황색 옷 입혀 보내면서, 그날 저녁엔 꼭 학교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줄 거예요. 괴롭힘 예방은 결국 아이가 말할 수 있는 어른이 곁에 있는 데서 시작한다고 믿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