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터레이 제왕나비 10월 귀환, 퍼시픽그로브 관찰 팁 - Monterey - 1

지난주 Lighthouse Avenue 쪽을 지나다가 유칼립투스 숲 아래서 고개를 한껏 젖히고 서 있는 관광객 몇 분을 봤습니다. 아직 9월 말인데 벌써 나비를 찾으러 오신 거죠.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타이밍이 살짝 이릅니다.

퍼시픽그로브 Monarch Grove Sanctuary 기준으로 제왕나비는 보통 10월 중순에 도착해서 2월에 떠납니다. 가장 많이 모이는 시기는 11월 중순부터 12월 사이입니다.

쉽게 말해 10월 중순은 오프닝 무대, 추수감사절 주간이 메인 공연입니다. 오프닝부터 챙겨 보는 재미도 물론 있습니다.

먼저 good news부터 드리죠. 보호구역 입장료는 free입니다.

주소는 250 Ridge Road이고,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매일 엽니다. 날씨가 아주 험한 날만 문을 닫습니다.

주차장은 작습니다. 대신 근처 street parking이 무료라서 조금만 걸으면 됩니다. 주말 점심때 빈자리 찾아 빙빙 도느니 처음부터 골목에 대고 걷는 게 속 편합니다.

이제 bad news입니다. 기대치를 조금 조정하셔야 합니다.

Xerces Society 집계로 2025년 추수감사절 카운트 때 이 보호구역에서 센 제왕나비는 188마리였습니다. 2022-23 시즌엔 1만 마리가 넘게 모였던 곳이라 숫자만 보면 솔직히 씁쓸합니다.

서부 전체로 넓혀도 2025년 카운트는 249곳에서 12,260마리였습니다. 1997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세 번째로 낮은 기록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위안은 2024년의 9,119마리보다는 늘었다는 점입니다. 바닥에서 한 칸 올라온 셈이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권합니다. 나비 구름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하고, 숨은그림찾기 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훨씬 재밌습니다.

관찰 팁 첫째는 온도입니다. 제왕나비는 화씨 55도 아래에선 나무에 매달려 쉬고, 그보다 따뜻해지면 꿀을 찾아 날아다닙니다.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고 싶다면 햇볕 좋은 날 정오에서 오후 3시 사이를 노리세요. 반대로 서로 뭉쳐 있는 cluster를 보고 싶다면 아침 일찍이나 흐린 날이 낫습니다.

반도의 아침 안개, 다들 아시죠. 안개 낀 아침엔 나비들이 날개를 접고 있어서 마른 잎 뭉치처럼 보입니다. 처음 오신 분들은 머리 위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둘째는 쌍안경입니다. Xerces Society는 8x42나 10x50 정도를 추천합니다.

클러스터가 꽤 높은 가지에 붙어 있어서 맨눈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핸드폰 줌만 믿었다가 화면 가득 나뭇가지만 찍어 온 경험, 저만 있는 건 아니겠죠?

셋째는 docent를 찾는 겁니다. Pacific Grove Museum of Natural History 자원봉사자들이 10월부터 2월까지 보호구역에 나와 설명을 해 줍니다.

보통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계시고, 날씨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분들이 클러스터 위치를 한 번 짚어 주면 혼자 20분 헤매던 걸 금방 찾습니다.

여기서 rule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Butterfly Town USA라는 별명답게 이 도시는 나비를 괴롭히는 행위에 $1,000 벌금을 매깁니다.

개도 출입 금지입니다. 반려견과 산책 겸 가려던 분들은 plan B가 필요합니다.

표시된 길로만 다니고, 벌레 기피 스프레이도 뿌리지 말라는 게 Xerces Society의 권고입니다. 나비를 만지는 건 캘리포니아에서 허가받은 연구 말고는 금지입니다.

넷째는 박물관과 묶어서 하루 코스로 가는 겁니다. 165 Forest Avenue에 있는 박물관은 수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엽니다.

입장료는 성인 $12, 청소년, 학생, 시니어, 군인은 $8입니다. 몬터레이 카운티 주민은 ID만 보여주면 무료라서 로컬이라면 안 갈 이유가 없습니다.

타주에서 가족 넷이 온다면 성인 둘 $24에 아이 둘 $16, 합쳐서 $40입니다. 보호구역이 공짜이니 하루 나들이 치고 가성비는 괜찮은 편입니다.

박물관 웹사이트에는 주간 나비 카운트도 올라옵니다. 출발 전에 이번 주 숫자를 확인하면 헛걸음할 확률이 확 줄어듭니다.

마지막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나비 돕겠다고 milkweed를 심는 분들이 많은데, 해안가는 사정이 다릅니다.

Xerces Society는 산타바바라 북쪽 해안에서는 월동지 5마일 이내에 milkweed를 심지 말라고 권합니다. 겨울에도 살아 있는 milkweed가 나비들의 겨울 휴면을 깨고 번식을 계속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좋은 뜻으로 한 일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셈이죠. 반도 쪽이라면 milkweed 대신 토종 꽃 식물을 심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하면 10월 중순은 첫 도착을 확인하는 재미, 11월 말에서 12월 초는 가장 많은 숫자를 보는 재미입니다.

저라면 추수감사절 연휴에 햇볕 좋은 날을 골라 정오쯤 쌍안경 챙겨서 가겠습니다. 몇 마리가 됐든 내 눈으로 직접 찾아낸 주황색 날개는 숫자 이상의 기쁨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