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다 판매 총인데 미국 총기 소유자는 줄고 있다 - Irving - 1

얼마 전에 실내 사격장에 놀러 갔다가 진열장 앞에서 발길이 멈췄다. 낯익은 실루엣의 소총 한 정이 다른 최신 모델들 사이에 껴 있었는데, 다들 한 번쯤 영화나 뉴스 화면에서 본 적 있는 그 모양이었다.

개머리판이 각지고 탄창이 살짝 구부러진 이 총, 바로 AK-47 계열이다. 1947년 옛 소련에서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설계한 이후로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가장 많이 팔린 총으로 꼽힌다.

소형화기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AK 계열 소총은 지금까지 최소 7600만 정 이상 생산됐다. 국가 제식 소총치고 이 정도 숫자를 찍은 무기는 역사를 통틀어도 손에 꼽는다.

값이 싸고 고장이 잘 안 나고 진흙탕에 굴려도 방아쇠만 당기면 나간다는 게 이 총의 명성이다. 냉전 시기 소련이 우방국에 생산 라이선스를 뿌리면서 이 총은 대륙을 가리지 않고 퍼져나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 분쟁 지역 뉴스를 봐도, 어느 오래된 전쟁 영화를 봐도 이 총이 빠지질 않는다. 세계에서 제일 흔한 무기라는 타이틀이 그냥 붙은 게 아니다.

그런데 정작 미국 이야기로 넘어가면 그림이 좀 다르게 흘러간다. 총이 가장 흔한 나라로 꼽히는 미국에서, 정작 총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거다.

하버드와 노스이스턴 대학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풀린 총의 총량은 1994년 1억 9200만 정에서 2015년 2억 6500만 정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총을 소유하고 있다고 답한 성인 비율은 25%에서 22%로 오히려 떨어졌다.

총은 계속 늘어나는데 그 총을 쥔 손의 숫자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답은 간단하다. 소수가 예전보다 훨씬 많이 사서 쌓아두고 있다는 거다.

같은 연구에서는 미국 성인의 3%, 이른바 슈퍼 오너로 불리는 770만 명이 미국 내 전체 총기의 절반가량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평균적으로 갖고 있는 총은 한 사람당 17정이었다.

참고로 미국 안에서 실제로 제일 많이 팔리는 소총은 AK-47이 아니라 AR-15 계열이다. 업계 자료로는 이 계열 소총만 미국 내에 2800만 정 넘게 풀려 있다고 하니, 세계 기록과 미국 기록을 서로 다른 총이 갖고 있는 셈이다.

이 대목에서 좀 놀랐던 건, 총기 논쟁을 다룰 때 다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총을 갖고 있느냐만 따지지 한 사람이 몇 정을 갖고 있느냐는 잘 안 따진다는 점이다. 정작 진짜 그림은 후자 쪽에 더 가까운데 말이다.

총기 규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 나오는 총이 너무 많다는 말과 총 가진 사람이 너무 많다는 말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 둘을 섞어서 말하는 순간 어느 쪽 주장이든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총을 아예 안 만져본 사람도 늘어나고, 반대로 집에 총기 캐비닛을 몇 개씩 채워둔 사람도 늘어나는 이 양극화가 더 눈에 들어왔다. 사격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만 봐도 총 한두 정으로 끝내는 경우는 이제 드물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사격도 결국 취미다 보니, 한번 빠지면 골프채 늘리듯 총도 하나둘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묘하게 이해가 갔다. 다른 취미는 다 그러면서 유독 총만 유별나게 보는 것도 조금은 이상한 일이다.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린 총이 여전히 전쟁터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동안, 정작 미국 안에서는 총을 사는 사람의 얼굴이 점점 소수의, 더 진지한 애호가 쪽으로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총 자체보다 그걸 쥔 사람들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가 더 흥미로운 질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