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재산이 아니라 홈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 Demarest - 1

어느 주말에 동네 오픈하우스를 구경하러 갔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봤다.

집을 보러 온 한국인 가족은 방 크기와 학군, 재판매 가치를 꼼꼼히 따지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같은 집을 보던 미국인 노부부는 뒷마당 나무 한 그루를 보고 한참을 서 있었다.

여기다 그네를 매달면 손주들이 좋아하겠네, 딱 그 한마디였다.

같은 매물을 보면서도 두 그룹이 완전히 다른 언어로 대화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온도차를 은근히 자주 느낀다.

집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는 사람도 물론 많지만, 유독 홈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건 부차적인 뉴스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건 아이가 키를 표시해둔 문틀이고, 크리스마스마다 불을 밝히는 처마 밑 전구 자리다.

이사를 권유받아도 여기서 아이를 키웠으니까 라는 이유로 고개를 젓는 이웃을 본 적이 있는데, 부동산 중개인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동네 블록파티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사십 년째 같은 집에 살고 있다면서, 팔면 목돈이 되는 건 알지만 그 돈으로 어디로 이사를 가겠냐고 되물었다.

그 질문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생각해보면 나도 처음 이 동네로 이사 왔을 때는 학군과 재판매 가치부터 확인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데 몇 년 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계산기를 두드리는 대신 마당에 심은 나무가 얼마나 컸는지부터 보게 되더라.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한 가지는 이주의 역사와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이민자에게 집은 이 땅에 자리를 잡았다는 증명이자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발판에 가깝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숫자로, 즉 얼마나 올랐고 언제 팔아야 유리한지로 계산하게 되는 것 같다.

반면 몇 대에 걸쳐 한 지역에 뿌리내린 사람들에게 집은 이미 증명이 끝난 물건이라, 굳이 숫자로 다시 확인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또 하나는 세금이나 재산 상속 구조 같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은퇴 이후에도 늘어나는 재산세 부담을 감내하면서까지 같은 동네에 남는 이웃들을 보면, 이 사람들에게 집은 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자산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갚아온 이야기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 편을 들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이 부분만큼은 성향과 상관없이 다들 은근히 공감하는 것 같다.

집값이 포트폴리오의 숫자로만 읽히는 순간, 동네와 이웃에 대한 애정도 같이 옅어지는 건 아닐까 싶어서다.

반대로 홈이라는 관점을 가진 이웃들은 담장을 넘어 인사를 건네고, 눈이 오면 먼저 나와 옆집 앞까지 눈을 치워준다.

투자 대상이 아니라 오래 머물 자리라고 생각하니까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쓰게 되는 게 아닐까.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도 요즘은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자녀 세대로 넘어가면서 집을 사고파는 기준이 아니라 어디에서 계속 살고 싶은지를 먼저 묻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당장 되팔 생각보다는 여기서 몇 번째 명절을 보낼지를 헤아리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셈이다.

물론 나도 매년 날아오는 집값 평가서를 받으면 숫자가 반갑기는 하다.

하지만 그 숫자보다 마당에서 아이들 뛰노는 소리, 옆집과 나누는 인사 한마디가 이 동네를 진짜 내 집처럼 느끼게 해준다는 걸 요즘 부쩍 실감한다.

언젠가 우리 동네에서도 이런 식으로 자리를 지키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결국 집을 재산으로 보느냐 홈으로 보느냐는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각자 인생에서 뿌리를 어디에 두고 사는지를 비춰주는 거울 같은 거다.

오늘도 상쾌한 마음으로, 우리 동네를 한 바퀴 걸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