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도 둘로 갈라진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 논란 - Los Angeles - 1

캘리포니아 정치 뉴스를 보다 보면 가끔 "같은 민주당 맞아?"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억만장자세(Billionaire Tax)' 논란이 딱 그런 사례입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 찬성과 반대로 갈라졌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치는 당만 보면 다 비슷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같은 당 안에서도 이해관계가 꽤 다릅니다.

이번 발의안은 자산이 10억 달러 이상인 억만장자에게 보유 자산의 5%를 한 번만 과세하자는 내용입니다.

목표는 앞으로 약 5년 동안 1,000억 달러 정도의 세수를 확보해 메디캘(Medi-Cal)과 저소득층 식품 지원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듣기만 하면 "억만장자에게 조금 더 걷어서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이야기라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민주당 집행위원회는 이 법안을 공식 지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로 카나 하원의원 등 진보 성향 정치인들도 적극 찬성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의 찬성률이 70%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 유권자 전체에서도 찬성이 반대보다 조금 앞서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개빈 뉴섬 주지사가 반대한다는 점입니다.

민주당 소속인 뉴섬뿐 아니라 차기 주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하비어 베세라 전 연방 보건부 장관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처음 뉴스를 접한 사람이라면 "민주당인데 왜 반대하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하는 이유도 나름 현실적입니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미국에서 소득세가 가장 높은 주 가운데 하나입니다.

부유층과 기업인들이 텍사스나 플로리다, 네바다처럼 세금 부담이 낮은 주로 이주하는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억만장자에게 추가 과세를 하면 오히려 세금을 많이 내던 사람들이 주를 떠나 장기적으로는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이번 논쟁이 앞으로 미국 여러 주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연방정부보다 각 주의 권한이 크기 때문에 세금 정책도 주마다 상당히 다릅니다.

한쪽에서는 부유층에게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투자와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을 걱정합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이번 주민투표는 캘리포니아가 앞으로 어떤 경제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사회복지를 확대할 것인지, 기업과 자본의 유출을 막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그 선택은 오는 11월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결과에 따라 다른 주의 세금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