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이웃 어르신 한 분이 넷플릭스랑 맥스, 훌루까지 세 개를 한꺼번에 결제해놓고 정작 볼 시간이 없어서 아깝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은퇴하고 시간이 많아졌다고들 하지만 막상 매일 챙겨볼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은가 봅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지냈습니다. 계절마다 새로 피는 꽃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다 구경하고 싶어 하는 마음처럼, 이것저것 다 챙겨보고 싶은 욕심에 구독을 하나둘 늘렸다가 정신 차려보니 매달 카드값이 슬금슬금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스트리밍도 디저트 한 접시처럼 하나씩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한 달은 넷플릭스, 다음 달은 맥스, 그다음 달은 훌루, 이런 식으로 순서를 정해 돌려가며 보는 방식입니다.
계산을 좀 해봤습니다. 넷플릭스 스탠다드 요금제가 월 19.99달러, 맥스 광고 없는 요금제가 18.49달러, 훌루 광고 없는 요금제가 18.99달러입니다. 세 개를 동시에 유지하면 한 달에 57달러 넘게 나가는데, 이걸 하나씩만 돌려가며 결제하면 한 달에 20달러 안팎으로 끝낼 수 있으니 차이가 제법 큽니다.
실제로 한 소비자 사례에서는 이런 로테이션 방식으로 일 년에 900달러를 아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미국 가정이 평균적으로 스트리밍에 매달 52달러, 연간으로 치면 620달러 정도를 쓰고 있다는 조사 결과와 견주어 보면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닙니다.
방법은 사실 단순합니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 목록을 미리 정리해두고, 가입한 달에 몰아서 시청한 뒤 다음 결제일이 오기 전에 해지하면 됩니다. 요즘 스트리밍 업체들은 대부분 월 단위 결제라서 해지에 위약금이 붙지 않으니 부담 없이 시도해볼 만합니다.
디즈니플러스와 훌루, 맥스를 묶은 번들 요금제도 광고 없는 버전이 월 29.99달러로 나와 있는데, 세 서비스를 따로 유지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순서대로 돌려보는 방식만큼 절약되지는 않더군요.
다만 한 가지 요령이 있습니다. 큰 화제작이나 인기 시리즈는 대개 특정 시기에 몰려서 나오는 경향이 있으니, 그 시기를 노려서 가입하면 훨씬 알차게 즐길 수 있습니다. 새가 철 따라 이동하듯 콘텐츠도 나오는 흐름이 있는 법이라, 그 흐름을 잘 타는 것이 로테이션의 핵심입니다.
해지와 재가입을 번거롭게 여기실 수도 있는데, 요즘은 앱 안에서 몇 번 누르면 끝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해지 예정일을 달력에 표시해두거나 휴대폰 알림을 맞춰두시길 권합니다. 깜빡 잊고 넘어가면 그달치 요금이 그대로 빠져나가니까요.
요금 인상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스트리밍 업체들이 해마다 한두 차례씩 요금을 조금씩 올려왔는데, 하나만 붙잡고 있으면 그 인상 폭을 고스란히 다 떠안게 됩니다. 반면 돌려가며 쓰면 어느 서비스가 얼마나 올랐는지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고, 지갑을 지키는 감각도 덩달아 늘어납니다.
광고형 요금제를 적절히 섞어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훌루 광고형이 월 9.99달러, 맥스 광고형이 10.99달러로 광고 없는 요금제보다 훨씬 저렴하니, 광고 몇 번 보는 것쯤 대수롭지 않게 여기신다면 그달의 지출을 한 번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순서대로 즐기다 보면 오히려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달콤한 것을 아껴 먹듯 즐기는 편이 결국 지갑에도 좋고 마음에도 좋습니다.
한인 커뮤니티 모임에서도 요즘 이 얘기를 자주 나눕니다. 이번 달에는 어떤 서비스를 보고 있는지 서로 나누면서 볼만한 작품도 추천해주니 그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입니다.
절약이라는 게 거창한 결심보다는 이런 작은 습관에서 시작되는 법입니다. 무리하게 다 끊을 필요 없이, 순서만 바꿔도 일 년에 몇백 달러는 자연스럽게 지갑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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