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보험도 앱으로 들고, 가격 비교도 몇 번의 클릭이면 끝나는 시대지만, 지금의 이런 흐름을 만든 원조 격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GEICO.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 도마뱀 캐릭터가 나오는 광고 정도로만 기억하는 분들도 많죠. 하지만 이 GEICO, 단순한 자동차 보험회사가 아니라 미국 보험업계의 고정관념을 깨부순 ‘게임 체인저’였습니다. 2024년도 현재 미국에서 가이코에 가입한 자동차숫자가 2,800만대 이상이라고 합니다.
저는 자동차 보험료 한번 갱신할 때마다 이리저리 비교하고, 몇십 불이라도 아끼기 위해 밤늦게까지 리서치하는 성격인데요. GEICO라는 회사를 깊이 들여다보다 보니, 단순히 ‘싸게 해주는 보험’이 아니라 어떻게 비즈니스의 룰을 바꾸고 브랜드를 대중문화로 만든 기업인지에 감탄하게 됐습니다.
GEICO는 1936년에 텍사스 산 안토니오에서 설립한 후, 1937년도에 Washington, D.C.로 이전합니다. Government Employees Insurance Company의 약자인 GEICO는 이름 그대로 정부 공무원을 위한 저렴한 보험을 제공하는 데서 시작했죠. 당시엔 자동차 보험은 대부분 대면 판매였고, 브로커나 에이전트를 거쳐야 했습니다. 당연히 수수료가 붙고, 가격은 올라갔죠. GEICO는 바로 이 구조를 깨버렸습니다.
에이전트 없이 직접 판매(Direct to Consumer) 모델을 택한 겁니다. 지금이야 당연해 보이지만, 당시로선 엄청난 파격이었죠. GEICO는 운영비를 줄이고, 그만큼 보험료를 낮췄습니다. “15분만 투자하면 15%를 절약할 수 있다”는 유명한 슬로건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가격을 무기로 삼았고, 그 전략은 제대로 통했습니다.
GEICO가 진짜 대중에게 각인된 건, 그 유명한 영국 악센트를 쓰는 초록 도마뱀 ‘게이코 게코(Geico Gecko)’ 덕분입니다. 원래 GEICO라는 이름이 ‘게이코’로 발음되다 보니, 발음 착오에서 비롯된 농담이 광고 콘셉트로 발전한 거죠. 도마뱀 하나가 등장했을 뿐인데, 그 유머와 친근한 말투, 기억에 남는 표정 덕에 광고가 대히트를 쳤고, 결국 브랜드 자체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케이브맨(Geico Caveman) 시리즈로 돈을 절약한 후 기뻐하는 원시인들, 현실과 광고 속 세계가 부딪히는 유머 시리즈 등 GEICO는 광고 하나하나에 코믹한 스토리를 담으며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갔습니다. 보험회사가 유쾌하다는 이미지를 GEICO가 처음 만들어낸 겁니다.
현재 GEICO는 버크셔 해서웨이(워렌 버핏이 이끄는 투자지주회사)의 자회사입니다. 단순히 보험료가 싼 회사가 아니라,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정교한 리스크 분석, 모바일 중심의 사용자 경험(UX) 최적화, 그리고 여전히 직접 판매(Direct Model) 중심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렌터카 보험, 집보험, 오토바이, 보트, 심지어 펫보험까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GEICO 앱 하나만 있으면 대부분의 보험을 간편하게 가입·관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게다가 AI 기반의 사고처리 자동화 시스템과 24시간 챗봇 서비스까지 도입하며, 전통 보험사들과는 완전히 다른 고객 경험을 제공 중이죠.
결국 GEICO는 단순한 저가 보험사가 아닙니다. 광고와 기술, 유통 구조를 동시에 혁신해낸 보험업계의 넷플릭스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모든 출발은 “왜 굳이 사람을 끼고 비싸게 팔아야 하지?”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됐죠.
그 질문이, 지금 수많은 미국 가정의 보험료를 낮추고, 도마뱀 하나를 스타로 만들었고, 제가 이 글을 쓰게 만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