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리더는 원래 남자의 자리였다, 성차별 논쟁의 진실 - Pasadena - 1

지난 주말 동네 대학 미식축구 경기장에 갔다가 하프타임에 치어리더들이 나와서 공연하는 걸 봤다. 옆자리에 앉은 젊은 친구가 대뜸 저게 아직도 있어야 하나, 완전히 시대착오적인 성차별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겉으로만 보면 젊은 여성들이 화려한 유니폼을 입고 남성 관중 앞에서 웃으며 춤을 추는 장면이니 그런 인상을 받을 만도 하다. 하지만 답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치어리더는 원래 남자들의 영역이었다. 1880년대 프린스턴 대학교에 남학생들로만 구성된 응원단이 있었고, 1898년 미네소타 대학교의 조니 캠벨이라는 학생이 최초로 조직적인 구호를 이끌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치어리더는 체조와 스턴트, 리더십을 겸비한 엘리트 남학생의 자리였고 미식축구만큼이나 남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여성이 치어리더의 주류가 된 건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다. 전쟁으로 남학생들이 전장으로 떠나면서 그 빈자리를 여학생들이 채우기 시작했고, 이후로 지금까지 치어리더는 여성의 영역으로 굳어졌다. 처음부터 여성을 전시하려고 만든 문화가 아니라 시대 상황에 따라 성비가 뒤바뀐 결과라는 뜻이다. 이 배경을 알고 나면 치어리더 문화 자체를 태생부터 성차별적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건 지금도 남학생 치어리더가 아예 없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이들은 여전히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선을 견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남성성과 거리가 먼 활동이라는 편견 때문에 남학생 치어리더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결국 이 문화를 둘러싼 진짜 문제는 여성을 억압하는 전통이냐 아니냐보다, 성별에 따라 특정 역할을 미리 정해놓고 벗어나면 이상하게 보는 고정관념 쪽에 더 가깝다고 본다.

다만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임금이다. 미국프로풋볼 26개 구단 중 10개 구단이 임금 체불과 부당한 노동 조건, 성희롱 등을 이유로 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 2014년 오클랜드 레이더스 치어리더가 시급 5달러도 안 되는 돈을 받았다며 낸 소송이 시작이었고, 이 소송은 125만 달러 합의로 끝났다.

이후에도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는 82만 5천 달러, 신시내티 벵골스는 25만 5천 달러에 합의했다는 데이터가 있다. 몇 년 전까지도 치어리더 평균 연봉은 2만 2500달러 수준으로, 같은 팀의 마스코트나 물통 담당 스태프보다 낮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건 전통이니 문화니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본다.

흥미로운 건 이 문제가 풀린 방식이다. 정부가 나서서 치어리더 임금을 규제한 게 아니라 당사자들이 소송을 걸고 여론이 움직이면서 시장이 스스로 교정됐다. 댈러스 카우보이스 치어리더들은 2025 시즌을 앞두고 급여가 400퍼센트 가까이 올랐다. 실력과 노동에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관료의 규제가 아니라 계약과 협상을 통해 실현된 셈이다. 이런 방식이 결국 가장 오래 가는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치어리더라는 전통 자체를 없애야 할 유물로 볼 필요는 없다. 남자들이 만든 문화가 여자들에게 넘어갔다가 지금은 다시 남녀 모두에게 조금씩 열리고 있는 모습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변화다. 전통을 지키는 것과 그 전통 안에서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실력과 노력을 들인 만큼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야말로 가장 상식적인 기준이다. 다만 그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지, 그리고 남녀 모두에게 문이 열려 있는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문제다. 전통은 존중하되 노동의 가치는 냉정하게 따지는 것, 그게 균형 잡힌 시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