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금요일 저녁에 동네 고등학교 앞을 지나가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도로에 차가 꽉 막혀 있길래 사고라도 났나 했더니, 다들 풋볼 경기장으로 걸어가고 있더라고요. 학생들만 있는 게 아니라 유모차 끄는 젊은 부부, 지팡이 짚은 할머니 할아버지, 심지어 동네 소방차까지 사이렌 울리며 퍼레이드 대열에 껴 있었어요. 이게 그 유명한 홈커밍이구나 싶었죠.
저는 처음엔 그냥 학교 축제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이게 학교 행사를 넘어서 마을 전체 축제로 커지는 게 미국에서는 꽤 흔한 일이더라고요.
기원을 찾아보니 재밌는 게, 1911년 미주리 대학교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당시 풋볼 코치였던 체스터 브루어가 졸업생들에게 모교로 돌아와 경기를 함께 보자고 초대했는데, 그 한 번의 행사에 9천 명 넘게 모였다고 하니 지금 기준으로 봐도 어마어마한 규모죠. 그렇게 시작된 전통이 1920년대, 30년대를 거치면서 고등학교로 퍼졌고, 퍼레이드와 폼랠리, 무도회 같은 지금의 형태로 자리잡았대요.
근데 왜 유독 미국에서는 이게 학교 담장을 넘어 마을 전체 행사가 되는 걸까요. 제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느낀 건, 작은 타운일수록 고등학교가 사실상 동네의 유일한 공동체 공간이라는 거예요. 큰 쇼핑몰도 없고 다운타운 상권도 크지 않은 동네에서는, 학교 풋볼 경기장이 사람들이 모이는 거의 유일한 장소가 되거든요. 그러니 학생들 행사 하나가 자연스럽게 동창회, 지역 상인들의 부스, 소방서와 경찰서의 참여까지 다 끌어들이는 거죠.
그리고 이게 진짜 제 관심사인데, 홈커밍 주간에는 음식이 빠질 수가 없어요. 칠리 쿡오프에 베이크 세일, 학부모회에서 파는 핫도그까지, 동네 사람들이 각자 잘하는 요리 하나씩 들고나와 나눠 먹는 문화가 있더라고요. 이 맛에 이런 동네 축제를 못 참는 거죠. 텔게이팅 자리마다 그 집만의 레시피가 있다는 걸 알고 나니까 홈커밍이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하나의 음식 축제로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사회적으로도 요즘 홈커밍은 예전이랑 좀 달라지는 분위기예요. 왕관은 풋볼 선수나 치어리더 몫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배경과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골고루 후보에 오르고 왕관을 쓰는 경우가 늘고 있대요. 누구든 소외되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로 조금씩 바뀌어가는 게 개인적으로 참 반갑더라고요.
결국 이 행사가 이렇게까지 커지는 이유는 단순해요. 다들 소속감을 느낄 구실이 필요했던 거죠. 학교 다닐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동네 전체가 하나 되는 밤을 보고 나니까 왜 미국 사람들이 홈커밍 얘기만 나오면 눈을 반짝이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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