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지인이 집들이에 다녀와서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다들 신발을 신은 채로 남의 집 거실을 돌아다니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사실 이 질문, 미국에 살아본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하다. 카펫 깔린 거실에 운동화를 신고 들어가는 장면, 처음엔 다들 움찔하게 되니까. 예의가 없어서 그런 건지, 원래 그런 문화인 건지 헷갈리기도 하고.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건 예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쌓인 생활 방식의 차이에 가까웠다.
한국이나 일본, 중국은 오래전부터 바닥에 앉고 눕는 생활이 기본이었다. 중국은 기원전 주나라 시절부터 웃어른 앞에서 신발을 벗는 게 예법이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이후에도 방바닥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문화가 이어지면서 바닥은 곧 생활 공간 그 자체였다. 바깥 흙을 묻힌 신발을 신고 그 위에 들어온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건 중국에서도 한나라가 무너진 뒤 북방 민족을 통해 높은 탁자와 의자 문화가 들어오면서 한때 바닥 생활이 흔들린 적이 있다는 점이다. 다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온돌과 다다미라는 독자적인 난방 방식 덕분에 바닥 중심 생활이 훨씬 오래 이어졌다. 결국 신발을 벗는 습관은 종교나 예절이라기보다 그 집 바닥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였던 셈이다.
반면 서양은 사정이 달랐다. 로마 시대 이후 상류층을 중심으로 의자와 침대를 쓰는 생활이 일찍 자리 잡았고, 바닥은 앉거나 눕는 곳이 아니라 그저 지나다니는 통로였다. 바닥에 몸을 맞대고 생활할 일이 없으니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자연히 덜했던 셈이다.
여기에 미국 특유의 생활 환경도 한몫했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게 기본인 나라다 보니 집 앞 진흙길을 걸어서 통과할 일이 많지 않다. 차고에서 내려 몇 걸음이면 바로 현관인 구조가 흔하고, 도로도 대부분 포장이 잘 되어 있다. 신발에 흙이 묻을 기회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었으니, 벗어야만 한다는 규칙이 굳이 생기지 않았다는 해석도 있다.
바닥을 관리하는 방식도 한몫 거들었을 것 같다. 서양식 카펫은 예전부터 빗자루로 쓸고 두드려 터는 정도로 관리해 왔고, 여기에 진공청소기까지 보급되면서 신발을 신고 다녀도 크게 티가 안 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맨발로 앉는 바닥이 아니다 보니 청소의 기준 자체가 애초에 달랐던 셈이다.
그렇다고 미국 사람들이 전부 신발을 신고 사는 것도 아니다. 2022년 CBS와 YouGov가 함께 진행한 설문에서는 미국인의 63퍼센트가 집에서는 신발을 벗는다고 답했다. 다만 손님에게도 벗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은 24퍼센트에 그쳤다. 자기 집에서는 벗더라도 남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2018년 YouGov 조사에서도 항상 벗는다는 응답은 31퍼센트였지만, 적어도 가끔은 벗는다는 응답까지 합치면 87퍼센트에 달했다.
숫자를 놓고 보면 결론이 하나로 딱 떨어지지는 않는다. 미국이 무조건 신발 신는 나라라는 통념과 달리, 집 안에서는 개인 취향에 맡기는 문화에 가깝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손님에게 규칙을 정해주기보다 각자 편한 대로 하게 두는 태도, 이것도 결국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사고방식과 맞닿아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결국 신발을 벗느냐 마느냐는 예의의 문제라기보다 그 집이 어떤 바닥 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느냐의 문제였던 것 같다. 통계만 봐도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이런 문제일수록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 양쪽 사정을 다 들여다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한쪽은 위생을, 한쪽은 자유로움을 더 중요하게 여겼을 뿐, 어느 쪽도 틀린 선택은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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