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도 통하는 미국식 인맥 쌓기, 비결은 따로 있다 - Tampa - 1

얼마 전 동네에서 열린 스몰비즈니스 네트워킹 나잇에 갔다가 와인 잔 하나 들고 창가에 한참 서 있었던 적이 있어요.

다들 능숙하게 명함을 주고받고 웃으며 대화하는데 저는 어디에 끼어야 할지 몰라서 괜히 휴대폰만 들여다봤죠.

그런데 나중에 옆에 서 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쳐서 몇 마디 나눠보니 그 사람도 속으로는 저처럼 어색함을 견디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미국에서 커리어를 쌓아본 분들이라면 이 나라 채용 시장에서 인맥이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걸 한 번쯤 느껴보셨을 거예요.

실제 조사를 보면 채용의 70퍼센트에서 80퍼센트가량이 공개 채용공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소개나 추천을 통해 이뤄진다고 합니다.

이력서를 아무리 정성 들여 써도 그 회사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서류함 어딘가에서 조용히 묻히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겠죠.

그렇다고 성격을 바꿔서 억지로 외향적인 사람 흉내를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엔 대규모 컨퍼런스나 사람 많은 믹서 행사를 일부러 피해 다녔는데 대신 참석 인원이 열 명 안팎인 소규모 모임이나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동네 갤러리 오프닝이나 로컬 셰프가 여는 소규모 쿠킹 클래스, 와인 시음회 같은 자리는 대화 소재가 이미 눈앞에 있으니 훨씬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이더라고요.

공통 관심사가 있는 자리에서는 억지로 스몰토크를 짜낼 필요가 없으니 내향인에게는 오히려 더 유리한 판이 아닌가요.

미국식 네트워킹 문화에서 유독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커피챗, 정보성 인터뷰라고 부르는 짧은 일대일 대화예요.

낯선 사람과 삼십 분 정도 커피를 마시며 그 사람의 일과 커리어에 대해 질문 몇 개를 미리 준비해 가는 방식인데, 저는 이 방식이 시끌벅적한 파티보다 훨씬 편했어요.

질문 목록을 미리 적어 가면 대화가 끊길까 봐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되고 상대방도 진지하게 준비해 온 티가 나서 더 좋게 봐주는 인상을 남길 수 있어요.

이런 자리를 요청할 때는 처음부터 일자리를 부탁하기보다 그 사람의 경험이 궁금해서 배우고 싶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요.

미국 직장 문화에서는 이런 부탁을 무례하다고 여기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이라는 인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링크드인 메시지는 즉각 반응해야 하는 실시간 대화와 달리 문장을 다듬고 생각을 정리한 뒤 보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처음부터 만남이나 부탁을 요청하기보다 상대방의 글이나 프로젝트에 짧고 진심 어린 코멘트를 남기는 것부터 시작하는 편이 부담이 훨씬 적어요.

대화를 나눈 사람에게는 이틀 안에 짧은 감사 메시지를 보내는 습관도 의외로 큰 차이를 만듭니다.

거창한 후속 메일이 아니라 한두 줄이어도 상대는 자신이 기억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그게 다음 만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지역 상공회의소나 업계 협회에서 여는 소모임, 봉사활동 모임도 눈여겨볼 만해요. 규모가 작고 모인 목적이 뚜렷해서 처음 온 사람도 겉돌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이기 좋거든요.

이런 자리에서는 명함을 몇 장 뿌리고 오기보다 한두 사람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오는 편이 나중에 돌아보면 훨씬 남는 게 많더라고요.

몇 달에 한 번씩이라도 안부를 묻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며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그게 시간이 지나 생각보다 든든한 자산이 되어 있는 걸 느끼게 됩니다.

결국 인맥 쌓기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느냐의 숫자 싸움이 아니라 몇 명과 얼마나 진솔하게 이어지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완벽하게 사교적인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보다 나만의 속도로 진짜 관계 몇 개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편이 결국 더 오래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