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허그 인사, 해도 되는 타이밍 알기까지 10년 걸렸다 - Albany - 1

단골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바리스타가 카운터를 돌아나와 양팔을 벌린다. 순간 손을 내밀어야 하나 몸을 기울여야 하나, 0.5초 사이에 머릿속이 하얘진다. 결국 어정쩡하게 반쯤 안기고 반쯤 악수하는 자세가 나오는데, 이게 바로 미국 생활 초반에 누구나 한 번은 겪는다는 그 어색한 충돌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비즈니스 미팅에서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는데 상대는 이미 팔을 벌리고 다가오는 중이라 손끝이 상대 옆구리에 닿는 참사가 벌어진다. 에스프레소 샷을 뽑을 때 타이밍을 1초만 놓쳐도 과다추출로 쓴맛이 확 올라오는 것처럼, 인사도 타이밍 하나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왜 이렇게 헷갈릴까 싶어서 찾아보니 원칙은 의외로 단순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격식 있는 자리에서는 악수가 기본이고, 그것도 첫 만남에서나 그렇지 이후에는 굳이 매번 손을 잡지 않고 말로만 인사를 나눈다고 한다. 허그는 이미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인 사이, 특히 친구나 가족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인사법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경계가 도시마다, 세대마다, 업종마다 조금씩 다르게 그어진다는 게 함정이다. 카페 골목 안에서는 단골손님과 바리스타 사이에 허그가 자연스러운 인사로 자리잡은 곳도 있고, 몇 블록 떨어진 사무실 빌딩에서는 여전히 악수가 유일한 정답인 곳도 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공간의 결에 따라 인사법이 갈린다.

미국 대학의 문화 가이드 자료를 보면 대화할 때 대략 18인치, 그러니까 팔 하나 길이 정도의 개인 공간을 지키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 거리감이 몸에 배어 있다 보니 허그를 하더라도 짧고 가볍게 끝내는 편이고, 손을 오래 잡거나 몸을 완전히 밀착하는 포옹은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건 접촉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2010년 저널 이모션에 실린 연구에서는 팀원 간의 가벼운 신체 접촉이 신뢰감을 높이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도 나왔다. 다만 그 접촉이 언제, 누구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지느냐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성별과 위계도 은근히 작동한다. 남성이 여성 동료에게, 후배가 선배에게 먼저 허그를 청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손윗사람이나 관계에서 조금 더 편한 쪽이 먼저 팔을 벌리며 신호를 준다. 그러니 확신이 서지 않을 땐 먼저 움직이기보다 상대의 손이 나오는지 팔이 벌어지는지, 그 반 박자를 읽는 게 훨씬 안전하다.

커피를 오래 내리다 보면 원두마다, 로스팅 정도마다 물을 붓는 타이밍이 다 다르다는 걸 감으로 익히게 되는 순간이 온다. 인사도 비슷한 것 같다. 매뉴얼로 외운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 도시, 그 사람, 그 자리의 온도를 읽는 감각이 쌓여야 자연스러워진다는 점에서.

중서부나 남부처럼 낯선 사람에게도 곧잘 곁을 내주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동북부 도심처럼 초면에는 확실히 선을 긋는 분위기도 있다.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이건 그냥 지역의 온도차 문제라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 할 일은 아니다.

결국 10년 가까이 이 도시 저 도시 카페를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다 보니 생긴 나름의 원칙은 이렇다. 상대가 팔을 벌리면 받아주고, 손을 내밀면 잡아주고, 애매하면 그냥 눈을 맞추고 웃는 걸로 끝낸다. 어느 인사든 진심이 담기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걸, 라떼 폼을 너무 완벽하게 만들려다 오히려 잔을 놓치는 날들을 겪으며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