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못 끊는 SNS, 아이들에게 알아서 절제하라고? - Los Angeles - 1

유럽연합이 13세 미만 어린이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막는 방안을 꺼냈다.

EU 연합에서 13세 미만은 SNS 계정을 만들지 못하게 하고, 13~15세는 부모가 관리하는 '미니 계정'을 사용하게 하겠다고 했다.

청소년 나이대인 15~18세도 성인과 똑같이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에게 맞는 안전장치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법이 확정된 건 아니라고 한다. EU 27개 회원국과 유럽의회에서 논의해야 하니 실제 시행까지는 한참 걸릴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미국에서 살면서 인터넷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거의 처음부터 본 세대다.

그래서 그런지 이 이야기를 듣고 별로 놀랍지도 않다.

오히려 이제야 라는 생각도 드니까.

내가 어릴 때 부모들이 걱정하던 건 애들이 TV를 너무 많이 본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TV 세 시간 넘게 보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TV는 정말 순진한 물건이었다.

적어도 TV가 나를 분석하지는 않았다.

내가 어제 무엇을 봤는지 기록해서 오늘 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골라주지도 않았고, 내가 만화를 얼마나 봤는지 계산해서 다음 영상을 결정하지도 않았다.

요즘 SNS는 다르다.

틱톡 하나 보고 있으면 30분이 그냥 날아간다.

이게 유튜브 쇼츠도 마찬가지고 인스타그램 릴스도 마찬가지다. 하나 끝나면 다음 것이 자동으로 나온다.

내가 선택하는 것 같지만 사실 선택할 시간 자체를 안 준다.

어른인 나도 가끔 정신 차리고 보면 "내가 이걸 왜 40분 동안 보고 있었지?" 하는데 열두 살짜리에게 알아서 절제하라고 한다?

그건 냉장고에 아이스크림 스무 통 넣어놓고 초등학생한테 하루에 한 숟가락만 먹으라는 것과 비슷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들이 원래부터 13세 미만은 가입하지 못하게 해놓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EU 집행위 조사에서는 생년월일을 조금 바꿔 입력하는 정도로도 나이 제한을 피해갈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그러니까 문에는 '13세 미만 출입금지'라고 써놓고 경비원은 없는 셈이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부모 책임이라고 한다.

참 편한 사업이다.

아이들에게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어놓고, 아이가 너무 많이 보면 부모가 잘 관리했어야 한다고 한다.

물론 무조건 나이만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13살 전까지 취약했다는 아이가 다음 날 갑자기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현명한 인간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결국 핵심은 나이 제한뿐 아니라 플랫폼의 구조 자체라고 본다.

아이 계정에서는 무한 스크롤을 제한하고, 자극적인 추천 알고리즘을 줄이고, 사용시간을 제한하고, 모르는 성인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같이 가야 한다.

EU도 그래서 'Safety by Design'을 이야기한다. 처음부터 어린이가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안전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나는 이 표현이 꽤 마음에 든다.

자동차 회사가 "브레이크는 부모가 알아서 달아주세요"라고 하면 미친 회사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회사들은 오랫동안 비슷한 논리를 써왔다.

우리는 플랫폼만 만들었습니다.

애들이 중독되는 건 가정에서 알아서 관리하세요.

이제 플랫폼 만들어 코 묻은 돈 벌던 좋은 시절도 슬슬 끝나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