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버릇처럼 쓰는 Awesome, 원래는 무서운 단어였다 - Rowland Heights - 1

미국에서 지내다 보면 하루에 "awesome"이라는 말을 도대체 몇 번이나 듣는지 세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커피 주문할 때 바리스타가 "awesome", 파킹 자리 하나 겨우 찾았을 때도 옆에서 "awesome", 그냥 날씨 좋다는 말에도 다들 "That's awesome"이라고 답한다.

처음엔 그냥 "좋다", "멋지다" 정도로 흘려들었는데, 어느 날 사전을 뒤적이다가 이 단어의 원래 뜻을 보고 살짝 소름이 돋았다.

지금 쓰는 뜻이랑 완전히 결이 다른 단어였기 때문이다.

다른 자료도 몇 개 더 찾아봤는데 똑같은 얘기가 나와서 더 놀랐다.

"awesome"은 "awe"라는 단어에 "-some"이 붙어서 만들어진 말인데, 이 "awe"라는 게 원래 경외심보다 훨씬 더 진한, "공포"와 "두려움"에 가까운 뜻이었다.

어원을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노르드어 "agi"까지 이어지는데, 이 단어의 뜻이 그대로 두려움과 공포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옛날 사람들이 "awesome"이라고 말했을 때는 지금처럼 가볍게 쓴 게 아니라, 보고 있으면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압도적이고 무서운 걸 표현할 때 쓰던 말이라는 거다.

신의 위엄, 거대한 폭풍,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자연의 힘 같은 것들 앞에서나 쓰던 단어였다.

실제로 이 단어가 16세기 후반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종교적인 글에서 신의 힘을 표현하는 데 자주 쓰였다고 한다.

두려우면서도 동시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그런 무겁고 진지한 감정을 담은 단어였던 셈이다.

재미있는 건 같은 뿌리에서 나온 "awful"은 정반대 방향으로 갔다는 거다.

"awe"에 "-ful"이 붙은 이 단어는 지금까지도 "끔찍하다", "형편없다"는 부정적인 뜻으로만 쓰인다.

똑같이 두려움에서 출발한 단어인데 하나는 최고의 칭찬이 되고 하나는 최악의 표현으로 남았으니, 언어라는 게 정말 마음대로 흘러가는구나 싶다.

그런데 이렇게 무겁던 단어가 어쩌다 커피 한 잔에도 남발되는 말이 됐을까.

그 시작은 1960년대 캘리포니아 서퍼 문화였다고 한다.

파도를 즐기던 서퍼들 사이에서 "죽여주게 좋다"는 뜻으로 캐주얼하게 쓰이기 시작했는데, 그 느낌이 지금 우리가 아는 "awesome"에 훨씬 가까웠다.

결정타는 1980년대였다.

영화 "패스트 타임스 앳 리지몬트 하이"와 프랭크 자파, 문 유닛 자파 부녀의 노래 "밸리 걸"이 이 서퍼와 밸리걸 말투를 대중문화 한복판에 세워버렸다.

그 이후로 미국 전역에서 너도나도 이 말투를 따라 하기 시작했고, "awesome"은 완전히 일상 언어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그냥 나쁘지 않다는 뜻으로도 아무렇지 않게 쓰이니, 원래 뜻이랑 얼마나 멀어진 건지 새삼스럽다.

주위를 둘러보면 요즘은 회사 이메일이나 업무 대화에서도 "awesome"이 인사말처럼 쓰인다.

메일 답장 하나에도, 별거 아닌 부탁 하나 들어줬을 때도 "Awesome, thanks"라는 말이 자동으로 붙는다.

이렇게 원래 강렬했던 단어를 너무 자주 쓰다 보면 정작 진짜 놀랍고 대단한 순간에 쓸 말이 부족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언어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의미 표백"이라고 부르는데, 강한 단어를 아무 데나 쓰다 보면 원래의 힘이 점점 옅어지는 걸 뜻한다고 한다.

재밌는 건 이런 식으로 뜻이 완전히 뒤집힌 단어가 "awesome" 하나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terrific"도 원래는 "terror"에서 나와서 무섭다는 뜻이었는데, 지금은 훌륭하다는 칭찬으로 쓰인다.

무서운 뜻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세기가 약해지다가, 결국 정반대의 칭찬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보면 언어라는 게 참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하게 흘러가는구나 싶다.

이런 사연을 모르고 그냥 아무 데서나 "awesome"만 외치고 살았으면 진짜 손해였을 것 같다.

요즘도 여전히 별거 아닌 일에 "awesome"을 남발하지만, 이제는 그 말 속에 원래 얼마나 무거운 뜻이 숨어 있었는지 알고 나니 괜히 한 번 더 곱씹게 된다.

말 한마디에도 이렇게 몇백 년의 사연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 생각 없이 던지던 감탄사 하나도 다르게 들린다.

다음에 또 무심코 "awesome"이라 내뱉을 때는, 원래 신 앞에서 떨던 사람들이 쓰던 말이었다는 걸 떠올려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