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평일 오후에 동네 도서관에 들렀다가 주차장 자리가 없어서 한참을 돌았다. 학교도 아직 안 끝난 시간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나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유가 금방 보였다. 노트북을 펴놓고 일하는 사람, 아이 손을 잡고 그림책을 고르는 부모, 신문을 읽는 어르신까지 한 공간에 다 모여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나이도 목적도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곳이 이제 몇 군데 안 남았다. 동네 서점도, 오락실도, 작은 상점가도 하나둘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집도 아니고 직장도 아닌, 사람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모이는 공간을 제3의 장소라고 불렀다. 카페나 이발소, 동네 술집 같은 곳들이 여기 해당하는데, 이런 공간이 줄어들수록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유대감도 함께 옅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런데 공공도서관만은 이 흐름에서 좀 예외처럼 보인다. 미국 도서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889년 펜실베이니아주 브래독에 세워진 도서관이 앤드루 카네기가 미국에 지원한 첫 도서관이었고, 그의 재단이 낸 돈으로 미국에서만 1,681개의 도서관이 세워졌다.
모두가 무료로 지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카네기가 내세운 조건이었는데, 그 원칙이 백 년 넘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금 도서관에 가서 회원증 하나만 만들면 책이든 인터넷이든 회의실이든 돈 한 푼 안 내고 쓸 수 있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숫자로 봐도 도서관은 죽어가는 공간이 아니다. 연방 기관인 IMLS 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미국 공공도서관 방문 건수는 8억 건을 넘었고,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220만 건에 달한다.
등록 이용자 수도 1억 5,500만 명을 넘어서, 도서관이 있는 지역에 사는 사람 중 거의 절반이 회원증을 갖고 있는 셈이다. 팬데믹 이후 다시 늘어난 수치라고 하니, 한동안 걱정했던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반등이다.
요즘 도서관은 책만 빌리는 곳도 아니다. 이력서 쓰는 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 영어 회화 수업, 시민권 시험 준비반까지 운영하는 곳이 많아서, 특히 이민자 가정한테는 학교 다음으로 자주 드나드는 공공기관이 도서관인 경우가 꽤 있다.
도서관 게시판을 보면 그 동네에서 요즘 무슨 일이 열리는지 대충 감이 잡힌다. 이력서 워크숍부터 동네 텃밭 모임, 은퇴자 컴퓨터 강좌까지 온갖 공지가 붙어 있는데, 이런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장소도 이제 흔치 않다.
특히 소득이 낮은 동네일수록 도서관 의존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터넷 요금이나 모임 공간 대관료를 낼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도서관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여름에 너무 덥거나 겨울에 너무 추울 때 몸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도서관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교회도, 동네 회관도, 작은 클럽 모임도 예전만큼 사람을 끌어모으지 못하는 시대에, 도서관은 여전히 문턱 없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남아 있다.
물론 도서관도 논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어떤 책을 서가에 둘지를 두고 지역마다 목소리가 갈리기도 하는데, 이런 논쟁이 벌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도서관이 여전히 지역사회의 중심 무대라는 걸 거꾸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냉정하게 따지면 도서관도 예산이 깎이면 언제든 운영시간이 줄고 사서 수가 줄어드는 취약한 기관이다. 그래도 이 정도로 다양한 사람을 공짜로, 차별 없이 받아주는 공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꽤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다음에 시간 날 때 도서관에 들러서 회원증 상태라도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이런 공간은 쓰는 사람이 있어야 계속 남는 법이니까.

뉴멕시코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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