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한 그릇에서 알게 된 행복의 신기한 법칙 - Las Vegas - 1

나는 엘에이 볼일 보러 가기로 하면 이상하게 가기 전날 미친 듯이 짜장면이 먹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냥 배가 고픈 것과는 조금 다르다. 머릿속에 짜장면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다른 음식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까만 춘장에 윤기가 흐르는 면, 젓가락으로 한번 뒤집었을 때 올라오는 김, 거기에 단무지 한 조각까지 생각난다.

그래서 15번 따라 4시간 운전해서 LA 부모님 집에 도착하면 결국 부모님 모시고 한타에 있는 중국집을 찾아간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기분이 묘하게 좋아진다. 조금 있으면 내가 그렇게 먹고 싶었던 짜장면이 나온다는 생각 때문이다.

주방에서 웍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다른 테이블에 음식이 나갈 때마다 슬쩍 쳐다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짜장면이 내 앞에 도착하고 몇 젓가락 먹고 나면 그 강렬했던 행복감이 오히려 조금씩 사라진다는 것이다.

분명 맛있다. 첫 젓가락은 특히 맛있다.

그런데 절반쯤 먹으면 처음의 감동은 없다.

배가 차기 시작하면서 속도가 느려지고 마지막 몇 젓가락을 먹을 때는 아까 그렇게 짜장면을 먹고 싶어 했던 사람이 내가 맞나 싶기도 하다.

여기서 재미있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인간은 무엇을 가졌을 때보다 그것을 곧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때 더 행복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여행도 비슷하다. 여행을 예약하고 출발 날짜를 기다리는 몇 주 동안은 즐겁다.

어디를 갈지 찾아보고 호텔 사진도 보고 맛집도 검색한다. 머릿속 여행은 언제나 완벽하다.

비도 오지 않고 비행기도 연착되지 않으며 호텔방도 사진 그대로다.

그런데 실제 여행을 가면 피곤하다. 공항에서 기다려야 하고 예상보다 날씨가 덥기도 하고 식당 음식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여행이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상 속 여행에는 현실의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새 자동차를 살 때도 그렇고 새 휴대전화를 기다릴 때도 그렇다.

사기 전에는 수십 번 사진을 보고 리뷰를 찾아본다. 이것을 가지면 내 생활이 상당히 달라질 것 같다. 택배가 오는 날에는 배송조회까지 계속 확인한다.

그런데 막상 받아서 며칠 사용하면 그냥 내 물건이 된다.

인간의 욕망에는 이상한 구조가 있는 것 같다.

원하는 것이 아직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는 상상력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최고의 맛, 최고의 여행, 최고의 자동차를 머릿속에서 만들어낸다.

실제 물건이나 경험이 도착하는 순간부터 상상의 영역은 줄어든다.

짜장면도 마찬가지다.

먹기 전의 짜장면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이다.

아직 먹어보지 않았으니 맛이 부족할 수도 없고, 면이 불 수도 없으며, 소스가 너무 달 수도 없다.

내가 과거에 먹었던 가장 맛있는 짜장면의 기억과 지금의 배고픔이 합쳐져 머릿속에서 완벽한 짜장면 하나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 행복하다.

철학적으로 보면 욕망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지도 모른다.

갖지 못했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고,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다.

반대로 욕망이 충족되는 순간에는 작은 상실도 발생한다.

더 이상 기다릴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짜장면이 나오기 10분 전에는 짜장면이라는 미래가 남아 있다. 첫 젓가락을 들었을 때는 그 미래가 현재가 된다. 다 먹고 나면 과거가 된다.

우리가 아쉬워하는 것은 어쩌면 짜장면의 맛이 아니라 조금 전까지 존재했던 그 미래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것을 무조건 소유의 결과라고 생각하면 이상해진다.

집을 사면 행복할 것 같고, 돈을 벌면 행복할 것 같고, 여행을 가면 행복할 것 같고, 성공하면 행복할 것 같다.

물론 그런 것들은 실제로 삶을 좋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도착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하나를 가지면 곧 익숙해지고 다시 다음 것을 바라본다.

어쩌면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에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것 같다.

내일 맛있는 것을 먹기로 한 저녁, 다음 달 여행을 예약해 놓은 상태, 사고 싶었던 물건이 배송 중인 시간, 오랜만에 만날 사람을 기다리는 순간.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우리는 이미 행복하다.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꽤 많은 행복이 이런 식이었다.

어쩌면 행복이란 가진 것의 크기가 아니라, 기다릴 만한 무엇인가가 내일에도 남아 있다는 느낌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