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에 처음 왔을 때는 샌 안토니오도 그냥 텍사스의 대도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휴스턴, 댈러스, 오스틴, 샌 안토니오 이렇게 4개 도시 딱 나오니까.
그런데 샌 안토니오에서 몇 년 살아보니까 재미있는 게 텍사스 사람들이 샌 안토니오를 보는 시선이 조금 다르다는 거다.
휴스턴 사람은 자기 도시가 텍사스 경제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석유회사도 많고 항구도 있고 병원도 있고 도시 자체가 정말 크다.
댈러스는 또 다르다. 금융쪽 회사도 많고 새 건물도 많고 사람들이 조금 더 잘 차려입고 다닌다. "우리는 텍사스지만 좀 세련된 텍사스야" 하는 분위기가 묘하게 있다.
오스틴은 아예 자기들만의 세계다. 주도이고 대학도 있고 테크 회사도 많다. 텍사스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가끔 자기가 텍사스가 아닌 줄 아는 것 같다.
그런데 샌 안토니오는? 텍사스 사람들이 샌 안토니오 이야기를 하면 묘하게 한마디 한다.
"아! 샌 안토니오 살아요?"
이 한마디에 뭔가 다 들어 있다. 엄청난 비즈니스 도시라는 이미지도 아니고, 최신 유행의 테크 도시라는 느낌도 아니다.
그렇다고 작은 시골 같은 이미지도 절대 아니다. 인구만 보면 상당히 큰 도시인데 이상하게도 대도시 특유의 긴장감이 약하다.
내가 살아보니 그게 샌 안토니오의 단점이면서 동시에 장점이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뭔가를 보여주려고 지나치게 애쓰는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좋은 트럭 타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만 그 트럭에 양복 입고 탈 필요는 없다. 아니 양복 챙겨입는 사람은 다운타운쪽에만 있는 느낌이 든다.
반바지에 티셔츠 입고 HEB에 가도 되고, BBQ 먹으러 가도 되고, 주말에는 아이 데리고 돌아다니면 된다.
그리고 여기서는 타코가 특별한 음식이 아니다. 아침부터 먹는다. 스페인어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물론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다.
텍사스 사람들에게 샌 안토니오를 물어보면 Alamo와 River Walk부터 이야기하지만, 실제 샌 안토니오는 그게 아니다.
우리는 매일 River Walk를 걸으며 마가리타를 마시지 않는다.
실제 생활은 1604다. 1604에서 막히고, 281 공사 보면서 욕하고, 또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올라가는 걸 보면서 "여기 또 짓네" 한다.
몇 달 지나면 옆에 병원이 생기고 쇼핑센터가 생긴다. 어제까지 아무것도 없던 땅에 어느 날 주택단지 입구가 생겨 있다.
특히 북쪽으로 올라가면 내가 알던 샌 안토니오가 계속 밖으로 번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여기서는 도시가 완성되어 있다는 느낌보다 아직도 계속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다른 텍사스 도시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샌 안토니오에는 또 하나의 이미지가 있다는 걸 느낀다.
가족이 살기 편한 도시라는 것이다.
화려한 직장 생활을 꿈꾸는 젊은 사람이면 댈러스나 오스틴이 더 끌릴 수도 있다.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원하면 휴스턴이 먼저 떠오를 수도 있다.
그런데 집 하나 얻어서 아이 키우고, 차 몰고 다니고, 주말에 고기 구워 먹으면서 비교적 느긋하게 살고 싶다고 하면 샌 안토니오가 꽤 괜찮은 곳이다.
아니 미국 전체 대도시를 다 뒤져봐도 이런 분위기는 샌 안토니오가 최고라는 생각도 든다.
깨끗한 하늘, 느긋한 동네 분위기, 크고 현대적인 주택과 게이티드 커뮤니티의 끝없는 이어짐.
물론 7월, 8월 낮에 밖에 나가면 아주 뜨거운 여름이 일상이라는 생각이 잠깐 든다.
자동차 문을 열면 오븐이고, 주차장에서 가게 입구까지 걸어가는 것도 운동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영하까지 신통하게 떨어지는 연말 느낌 물씬 풍기는 겨울이 오면 또 용서하게 된다.
결국 텍사스에서 샌 안토니오의 위치는 이런 것 같다.
휴스턴처럼 돈 자랑도 별로 안 하고, 댈러스처럼 멋을 부리지도 않고, 오스틴처럼 자기가 특별하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냥 타코 먹고, 트럭 타고, Spurs 이야기하고, HEB에서 장보고,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산다.
그런데 몇 년 살다 보면 그 심심함이 편해진다.
그리고 다른 도시 갔다가 281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 묘하게 마음이 놓인다.
그때 알게 된다.
아, 나도 이제 샌 안토니오 사람이 다 됐구나.


집수리오형제
햄버거헌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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