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트 유닛 프라이스, 큰 통이 항상 싼 건 아니었다 - Fort Worth - 1

지난주에 마트에서 시리얼을 사다가 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대용량 박스가 소용량보다 훨씬 저렴할 줄 알고 큰 걸 집었는데, 계산할 때 영수증을 보니 오히려 손해였다.

집에 와서 선반 사진을 다시 찾아봤더니 문제는 가격표 옆에 작게 붙어 있던 숫자에 있었다.

마트 가격표를 자세히 보면 큰 숫자 밑에 "온스당 얼마" 식으로 작게 적힌 숫자가 하나 더 있다.

이게 바로 유닛 프라이스, 그러니까 단위당 가격이다.

총 가격만 보면 큰 통이 무조건 유리해 보이지만, 실제로 비교해야 하는 건 이 작은 숫자 쪽이다.

실제로 시리얼 브랜드 하나로 비교해보면 차이가 꽤 뚜렷하게 나온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40.7온스짜리 치리오스는 온스당 0.17달러 정도였고, 같은 브랜드의 월마트 18온스짜리는 온스당 0.25달러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대용량이 확실히 이득인 셈인데, 문제는 모든 제품이 이런 식은 아니라는 점이다.

브랜드가 큰 사이즈를 프리미엄처럼 포장해서 오히려 온스당 가격을 더 높게 매기는 경우도 흔하다.

세일이나 쿠폰이 소용량 쪽에만 붙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눈대중으로 "큰 게 이득이겠지" 하고 집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재밌는 건 이 단위가격 표시가 미국 전역에서 똑같이 의무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뉴욕, 뉴저지, 오리건 같은 10개 주와 워싱턴 D.C.는 마트에 단위가격 표시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텍사스는 이 명단에 들어가 있지 않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표시가 없어도 불법은 아니고, 붙어 있어도 마트가 자율적으로 서비스 차원에서 해주는 셈이다.

다행히 대형 체인들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붙여두긴 하는데, 글씨가 워낙 작아서 안경 없이는 잘 안 보일 때가 많다.

퍼듀 대학교에서 2024년에 진행한 설문을 보면 소비자의 82퍼센트가 장 보기 전에 가격을 꼼꼼히 확인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그중에서 단위가격까지 습관적으로 확인한다는 응답은 절반 정도에 그쳤다.

가격은 보는데 정작 진짜 비교 기준은 절반만 보고 있는 셈이니, 이 통계를 보고 나도 좀 뜨끔했다.

대용량이 늘 손해라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렌딩트리 조사에 따르면 대용량 구매로 평균 27퍼센트 정도 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38퍼센트는 대용량으로 산 물건을 자주 혹은 가끔 버린 적이 있다고 답했고, 전혀 버린 적 없다는 응답은 24퍼센트뿐이었다.

가격만 싸다고 좋은 게 아니라 유통기한 안에 다 쓸 수 있느냐가 진짜 절약의 조건이라는 뜻이다.

세제나 화장지처럼 유통기한이 사실상 없는 품목은 대용량이 거의 항상 이득이다.

반면 소스류나 견과류, 유제품처럼 개봉 후 금방 상하는 품목은 얘기가 다르다.

혼자 살거나 소가족이면 큰 통을 다 쓰기도 전에 곰팡이가 피거나 맛이 변해서 버리는 경우를 꽤 많이 봤다.

세일이나 쿠폰이 붙었을 때도 단위가격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총액 기준으로 몇 달러 할인이라고 크게 써 붙여 놓으면 그게 진짜 저렴한 건지 헷갈리기 쉬운데, 할인 후 가격을 용량으로 나눠보면 원래 작은 사이즈보다 오히려 온스당 가격이 높은 경우도 종종 있다.

자체 브랜드, 그러니까 마트 PB 상품도 마찬가지로 비교 대상에 넣어야 한다.

유명 브랜드의 대용량보다 PB의 중간 사이즈가 단위가격에서 더 낮게 나오는 일이 생각보다 많아서, 브랜드 이름만 보고 넘어가면 손해 보기 쉽다.

나라면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일단 스마트폰 계산기를 켜고 가격을 용량으로 나눠서 직접 비교하는 습관부터 들이는 게 먼저다.

가격표에 단위가격이 안 붙어 있는 매장도 텍사스에는 종종 있으니, 그럴 땐 귀찮아도 직접 계산기를 두드려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비 속도를 냉정하게 따져서, 다 쓸 자신이 없는 품목은 차라리 소용량을 선택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절약이 된다.

작은 숫자 하나 확인하는 습관이 한 달 장바구니 총액을 꽤 다르게 만든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