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전기요금, 여름엔 정말 많이 나오나요? - Miami - 1

마이애미로 이사 오기 전에는 집값이 얼마인지, 렌트비는 얼마인지 열심히 알아봤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도 여름 전기요금 이야기는 자세히 안 해주더라고요.

저도 별생각 없이 살다가 첫 여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아, 마이애미에서는 에어컨도 생활비구나.

마이애미-데이드 지역의 전기는 대부분 FPL, 그러니까 Florida Power & Light에서 공급합니다.

전기 단가 자체만 놓고 보면 미국에서 유난히 비싼 지역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이 쓰느냐예요.

마이애미에서 에어컨은 있으면 좋은 가전제품이 아닙니다. 거의 생존 장비에 가까워요.

6월부터 9월 정도까지는 밖에 나가면 덥기도 하지만 습도가 정말 대단합니다.

집 안을 75~78°F, 우리 식으로 약 24~26°C 정도로 맞춰놓아도 에어컨이 쉬었다가 또 돌아가고,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갑니다.

특히 오래된 아파트에 살아보면 차이가 확 납니다. 창문 단열이 좋지 않고 오래된 에어컨까지 달려 있으면 냉기는 자꾸 빠져나가는데 기계는 계속 돌아가요. 전기 먹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듭니다.

1베드룸 정도라면 여름에 월 150~250달러 정도가 나오는 집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집 크기와 건물 연식, 에어컨 효율, 몇 명이 사는지, 설정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단독주택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고요.

그래서 마이애미에서 렌트 구할 때 저는 월세만 보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집을 보러 갔는데 에어컨이 너무 오래돼 보인다면 이전 세입자의 여름 전기요금이 어느 정도였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창문이 이중창인지, 햇볕을 하루 종일 받는 방향인지도 은근히 중요해요. 같은 크기의 집인데 전기요금이 상당히 차이 날 수 있습니다.

그 대신 겨울이 오면 조금 살 것 같습니다.

12월부터 2월은 마이애미가 왜 사람들이 은퇴하고 싶어 하는 곳인지 알게 되는 계절이에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이 많고 에어컨 사용도 크게 줄어듭니다. 북부지역처럼 난방을 하루 종일 돌릴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작은 아파트라면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이 60~100달러 정도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름 고지서 보다가 겨울 고지서를 보면 갑자기 FPL이 고마워 보일 정도예요.

전기요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가장 먼저 온도조절 습관부터 바꾸는 게 좋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는데 하루 종일 시원하게 유지할 필요는 없잖아요. 스마트 서모스탯을 사용해서 외출할 때 온도를 조금 올리고 돌아오기 전에 다시 낮추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무조건 꺼버리는 것도 마이애미에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습도가 워낙 높아서 집 안이 지나치게 습해지면 곰팡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필터도 자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필터가 꽉 막혀 있으면 냉방 효율이 떨어지고 에어컨은 더 열심히 돌아갑니다. 오래된 에어컨이라면 Energy Star 등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는 것도 장기적으로 생각해볼 만하고요.

결국 마이애미에서 여름 전기요금은 월세와 별개로 생각하면 안 되는 생활비입니다.

마이애미 이사를 준비한다면 렌트 2,500달러라고 딱 2,500달러만 계산하지 마세요. 자동차보험도 넣고 전기요금도 넣고 특히 여름 에어컨 비용까지 넣어봐야 합니다.

겨울의 따뜻한 햇볕을 공짜로 즐기는 대신 여름에는 에어컨 회사에 돈을 낸다고 생각하면, 마이애미 생활비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