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들어 동네 마트 입구에 붙은 시즌 채용 안내문을 보다가 문득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연말에 잠깐 하는 알바라고 들어갔다가 그대로 눌러앉은 사람을 저는 꽤 여럿 봤거든요.
반대로 크리스마스 다음 날 조용히 명단에서 사라진 사람도 많았습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시급을 받았는데 결과가 갈린 겁니다.
그 차이가 뭘까 궁금해서 올해 숫자부터 찾아봤습니다. 먼저 분위기는 솔직히 썩 좋지 않습니다.
재취업 컨설팅 회사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가 9월 23일 낸 전망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소매업 시즌 채용은 461,500명이었습니다. 2024년 543,100명보다 15% 줄었고,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라고 합니다.
올해 전망치는 그보다 더 낮은 450,000명입니다. 회사 이름에 크리스마스가 들어간 곳이 연말 일자리가 줄었다고 발표하니 아이러니가 따로 없습니다.
운송과 창고 쪽도 비슷합니다. 작년 4분기 266,500명을 뽑아 전년보다 12% 줄었고, 2018년 이후 최저였다고 합니다.
대형 업체들도 입을 닫았습니다. 아마존은 최근 몇 년 연속 250,000명씩 뽑았지만 보고서가 나온 시점까지 올해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고, 타깃과 콜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참고로 챌린저는 작년 전망에서 시즌 채용이 줄어드는 배경으로 자동화와 상시 인력 의존을 꼽았습니다. 기계가 못 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이 남는다는 이야기로도 들립니다.
자리는 줄었는데 그 안에서 남는 사람은 여전히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시즌은 들어가는 것보다 남는 법이 더 중요해졌다고 봅니다.
좋은 사례가 공예용품 체인 마이클스입니다. 올해도 10,000명 넘는 시즌 인력을 뽑는다고 발표했는데, 챌린저 보고서에는 지난 시즌 매장 시즌직의 절반 가까이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나옵니다.
아마존도 연말 채용 인원의 최대 3분의 1이 예전에 일했던 사람들의 재입사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한 번 일해 본 사람을 회사가 다시 찾는다는 뜻이지요.
그럼 그 절반, 그 3분의 1에 드는 사람들은 뭐가 다를까요. 제가 직장생활 하면서 본 것과 채용 담당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을 묶어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첫째는 시간 약속입니다. 너무 뻔해서 김이 빠지실 텐데, 성수기 매니저가 제일 무서워하는 건 실력 없는 직원이 아니라 안 나타나는 직원입니다.
블랙프라이데이 새벽에 제시간에 나온 사람은 그것만으로 이름이 기억됩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출석 점수가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입니다.
둘째는 1월 이후에도 일할 수 있다는 걸 미리 알리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이걸 끝까지 말 안 하고 기다립니다.
매니저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12월만 채우고 떠날 사람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면접 때나 12월 초쯤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담백하게 말해 두는 게 좋습니다.
셋째는 여러 자리를 해 본 사람입니다. 계산대만 본 사람보다 재고 정리, 반품 창구, 픽업 카운터까지 돌아 본 사람이 연초 인원 조정 때 살아남습니다.
연말이 지나면 가게는 손님은 줄고 반품과 재고 조사가 몰립니다. 그때 어디든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남는다고 봅니다.
넷째는 가장 바쁜 날 자원하는 태도입니다. 추수감사절 다음 주말이나 크리스마스 직전 교대를 먼저 받겠다고 하는 사람은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무리해서 몸을 갈아 넣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초과근무 수당 같은 근로 조건은 회사마다 규정이 다르니 계약할 때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다섯째는 영어 실력보다 손님 대하는 태도입니다. 우리 이민자들이 흔히 발음 걱정부터 하는데, 줄이 길어도 웃으며 처리하는 사람을 매니저는 더 오래 기억합니다.
저는 여기서 한국에서 배운 눈치가 꽤 쓸모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반이 비었으면 말 안 해도 채우는 습관 말입니다.
여섯째는 끝날 때의 인사입니다. 시즌이 끝나고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아도 정중하게 연락처를 남기고 나가는 사람이 봄에 다시 전화를 받습니다.
재입사 비율이 높다는 건 결국 떠날 때 모습까지 평가받는다는 뜻입니다. 문을 쾅 닫고 나가면 다음 겨울 그 문은 다시 안 열립니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말씀 하나 드리면, 시즌직이 정규직이 되는 건 보장된 일이 아닙니다. 회사 사정과 매장 매출에 따라 좋은 직원도 못 남는 해가 있습니다.
그래도 올해처럼 자리가 줄어드는 해에는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의 차이가 더 선명해집니다. 뽑는 숫자가 적으면 고르는 눈이 까다로워지니까요.
제가 지금 연말 알바를 시작한다면 첫 주에 매니저 이름부터 외우고, 12월 첫 주에 1월에도 일하고 싶다고 말하겠습니다.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이 두 가지가 제일 확실하다고 봅니다.
연말 알바를 잠깐 용돈벌이로만 보지 말고 한 달짜리 면접이라고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올겨울 유니폼 입으시는 분들 모두 1월에도 그 유니폼 입고 계시길 응원합니다.

돼지발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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