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겨울 한번 겪어보면 왜 바람의 도시인지 압니다 - Chicago - 1

시카고를 Windy City, 그러니까 '바람의 도시'라고 부르잖아요.

미시간 호수 주변에서 바람 한번 제대로 맞으면 그냥 추운 것하고 차원이 달라요.

온도계를 보면 "이 정도면 견딜 만하겠는데?" 하고 밖에 나갔다가 빌딩 사이로 바람 한번 들어오면 얼굴부터 후회하기 시작합니다.

여름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덥습니다. 6월부터 8월까지는 제법 덥고 습하고, 7월 낮 최고기온은 평균적으로 화씨 80도대 초중반, 섭씨로 28도 안팎까지 올라갑니다.

폭염이 오면 90도대는 물론이고 습도 때문에 체감온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시카고 사람들이 여름만 되면 미시간 호수로 몰려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겨울에 그렇게 사람 잡던 호수가 여름에는 또 천국이에요. 해변에서 수영하고 자전거 타고, 그랜트 파크와 밀레니엄 파크에서는 축제와 공연이 이어집니다.

"내가 겨울에 왜 이 도시를 욕했지?" 싶을 정도로 여름의 시카고는 정말 좋습니다.

그런데 9월 지나고 찬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하면 현실로 돌아옵니다.

시카고 겨울은 12월부터 2월이 본게임입니다. 1월 평균 최저기온은 대략 화씨 20도 안팎까지 내려가고, 강한 한파가 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Polar Vortex가 내려오면 화씨 0도 아래로 떨어지는 건 별일도 아니고 바람까지 강하면 체감온도가 화씨 영하 20~30도 이하까지 내려갈 수 있습니다.

시카고 겨울 한번 겪어보면 왜 바람의 도시인지 압니다 - Chicago - 2

2019년 한파 때는 시카고 기온이 화씨 영하 20도권까지 떨어지면서 도시 기능에 영향을 줄 정도였습니다.

그때 뉴스에서 남극보다 춥다는 표현까지 나왔죠.

그래서 시카고 겨울에 한국에서 입던 패딩 하나 가져와서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면 큰코다칠 수 있어요.

두꺼운 외투도 중요하지만 장갑, 귀를 덮는 모자, 목도리와 방수되는 겨울 부츠가 정말 중요합니다.

눈이 녹았다 얼었다 하면서 길바닥이 엉망이 되는 날에는 운동화 신고 나갔다가 양말까지 젖으면 하루 종일 기분 나쁩니다.

눈도 제법 옵니다. 시카고 지역은 평년 기준으로 한겨울 동안 수십 인치의 눈을 보는 도시입니다.

보통 늦가을부터 초봄 사이에 눈이 내리고 1~2월에 제대로 된 눈폭풍이 한두 번씩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시카고는 눈 많이 오는 동네답게 제설 하나는 익숙합니다. 큰 도로는 제설차가 돌아다니면서 소금 뿌리고 눈을 밀어냅니다.

문제는 우리 집 앞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는데 밤새 눈이 한 뼘 쌓여 있으면 출근하기 전에 운동부터 해야 합니다.

삽 들고 눈 치우다 보면 헬스장 회원권이 왜 필요한가 싶어요.

봄과 여름에는 뇌우도 조심해야 합니다. 갑자기 하늘이 시커메지고 천둥번개와 강한 비가 쏟아지는 날이 있습니다.

시카고를 포함한 일리노이 지역에서는 토네이도 Watch나 Warning도 접할 수 있으니 휴대전화 긴급경보가 울리면 무시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시카고 사람들이 계속 여기 사는 이유가 있어요. 봄이 오고 미시간 호숫가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면 겨울 고생했던 기억을 슬슬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여름밤 호숫가에서 시카고 스카이라인을 보고 있으면 "그래, 이래서 여기 살지" 싶습니다.

그러다가 1월에 미시간 호수 바람 한번 정통으로 맞으면 또 욕합니다.

그게 시카고 사는 재미라면 재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