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 이야기가 나오면 꼭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카고는 총기사고 많고 도시 전체가 위험하다."
아닙니다. 그 논리라면 미국에서 안전한 대도시는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시카고는 분명 총기 범죄가 많은 도시입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그 범죄가 도시 전체에 균등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국 뉴스에서는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 "Chicago"라는 한 단어만 크게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 주소를 보면 대부분 특정 지역입니다.
대표적으로 사우스사이드와 웨스트사이드 일부 지역입니다. 잉글우드, 오스틴, 웨스트 가필드 파크, 노스 론데일, 로즐랜드 같은 지역은 오랫동안 높은 범죄율을 기록해 왔습니다. 빈곤, 갱단, 마약, 교육 문제, 일자리 부족이 수십 년 동안 겹쳐진 곳입니다.
이런 지역의 사건을 가지고 시카고 전체를 설명하는 건 뉴욕 브롱크스 일부만 보고 뉴욕 전체를 판단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반대로 링컨파크, 레이크뷰, 노스센터, 링컨스퀘어, 에디슨파크 같은 북부 지역은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가족 단위 거주자가 많고, 공원과 학교가 잘 갖춰져 있으며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다운타운 루프나 매그니피센트 마일, 밀레니엄파크 역시 관광객과 직장인이 워낙 많아 경찰 순찰도 자주 이루어집니다.
그렇다고 "안전하니까 아무렇게나 다녀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요즘 시카고에서 오히려 더 신경 써야 하는 범죄는 차량 관련 범죄입니다.
차량 절도와 카재킹(Carjacking)이 늘어났고 범죄자도 요즘에는 미성년자인 경우도 적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이 커졌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차 안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쇼핑백을 보이게 두고, 명품 가방을 조수석에 던져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설마 누가 가져가겠어." 이 말만큼 미국에서 위험한 생각도 없습니다.
차 안은 창고가 아닙니다. 귀중품을 전시하는 쇼윈도도 아닙니다. 차를 떠날 때는 보이는 곳에 아무것도 두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집을 구하기 전에 경찰 범죄 지도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요즘은 주소만 입력하면 최근 범죄 발생 현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Nextdoor 같은 지역 커뮤니티까지 함께 살펴보면 실제 주민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습니다. 집값하고 렌트비만 봅니다.
그리고는 "생각보다 위험하네요."라고 말합니다.
아니, 계약하기 전에 확인했어야죠.
미국에서는 집을 살 때 학군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범죄율도 같이 봅니다. 경찰서 위치도 봅니다.
밤에 직접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 정도는 해야 수십만 달러짜리 집을 사든, 몇 년을 렌트하든 후회하지 않습니다.
시카고는 분명 치안 문제가 있는 도시입니다.
이 사실을 부정하는 것도 현실 감각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시카고 전체가 위험하다"는 말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도시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동네마다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오늘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출근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공원을 산책하고 하루를 마무리한 수백만 명의 시민 이야기는 뉴스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카고를 판단할 때는 뉴스 제목이 아니라 주소를 보십시오.
미국에서는 도시 이름보다 ZIP Code 하나가 훨씬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그 차이를 모르면 "시카고는 다 위험하다"는 단순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그 차이를 이해하면 "어디에 살아야 하는가"라는 훨씬 현실적인 답을 찾게 됩니다.
결국 미국에서는 도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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