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마 잭슨 부상에 볼티모어 비상, 시카고 백업 쿼터백 몸값이 갑자기 올라가는 이유
NFL을 오래 보다 보면 참 웃기는것이 지난주까지만 해도 별 관심 없던 선수가 일요일 경기 하나 끝나고 나면 갑자기 귀한 몸이 됩니다.
이번에는 시카고 베어스의 백업 쿼터백 Tyson Bagent가 그런 상황에 놓였습니다.
볼티모어 레이븐스가 베이전트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거든요.
저는 라스베가스에 살면서 NFL 경기를 거의 매주 챙겨 봅니다.
레이더스 팬들 사이에서 쿼터백 이야기만 나오면 한숨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볼티모어 상황을 보니까 남의 팀이라고 웃을 일이 아니더군요.
볼티모어는 지금 쿼터백이 없어서 난리가 났습니다.
주전 Lamar Jackson이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갈 예정이고, 최악의 경우 시즌을 끝낼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업 Tyler Huntley까지 발가락을 다쳤습니다. 얼마나 심각한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하네요.
한 경기에서 주전과 백업 쿼터백이 모두 다치는 상황이라니, 감독 입장에서는 정말 환장할 노릇이겠습니다.
결국 Joe Fagnone라는 선수가 경기에 들어왔는데,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연습팀에도 쿼터백이 없다는 겁니다.
NFL에서 쿼터백은 그냥 공을 던지는 선수가 아닙니다. 공격 전체를 지휘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좋은 러닝백과 리시버가 있어도 쿼터백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공격이 엉망이 됩니다.
그렇다고 아무 선수나 데려와서 유니폼 입히고 경기에 내보낼 수도 없습니다. 플레이북부터 익혀야 하니까요.
그래서 볼티모어가 시카고의 타이슨 베이전트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연결고리가 하나 있습니다.
현재 볼티모어 공격 코디네이터인 Declan Doyle이 지난해 시카고에서 같은 직책을 맡았다는 점입니다.
베이전트가 어떤 선수인지 알고 있고, 선수 역시 도일의 공격 철학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즌 도중 새로운 쿼터백을 데려오는 팀에는 상당히 중요한 조건입니다.
그런데 시카고가 쉽게 보내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카고에는 Caleb Williams가 주전으로 있고, 베이전트와 베테랑 Case Keenum도 있습니다.
쿼터백이 세 명이니까 한 명 정도 팔아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NFL에서는 백업 쿼터백도 일종의 보험입니다.
오늘 볼티모어에서 벌어진 일이 내일 시카고에서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거든요.
더구나 베이전트의 계약도 나쁘지 않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026년 연봉은 400만 달러, 2027년 보수 패키지는 425만 달러 수준입니다.
요즘 NFL 주전 쿼터백들이 연간 수천만 달러를 받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상당히 저렴한 계약입니다.
시카고 입장에서는 굳이 서둘러 팔 이유가 없습니다.
반면 볼티모어는 시간이 없습니다.
트레이드 마감까지 9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선수의 실제 실력보다 그 선수가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지가 가격을 결정합니다.
볼티모어가 전화를 걸어와 베이전트를 팔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시카고 단장은 아마 웃을 겁니다.
'얼마나 급한데?'
NFL 트레이드 시장이 원래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더 궁금한 것은 베이전트가 볼티모어에 가서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베이전트는 엄청난 스타 쿼터백은 아닙니다. 라마 잭슨처럼 발로 수비를 무너뜨리고, 경기 흐름을 혼자 바꿔 놓는 유형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백업 쿼터백에게 반드시 슈퍼스타 수준의 플레이를 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턴오버를 줄이고, 짧은 패스를 정확하게 연결하고, 공격진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 됩니다.
문제는 볼티모어 공격이 라마 잭슨의 기동력을 상당히 활용해 왔다는 점입니다. 베이전트가 들어온다면 공격 전술 자체를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볼티모어가 베이전트를 데려온다고 해서 라마 잭슨의 공백을 완전히 메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NFL에서 쿼터백 한 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큽니다.
수비가 아무리 잘해도 공격에서 계속 쓰리 앤드 아웃(Three-and-out)이 나오면 결국 수비진까지 지쳐 버립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스포츠북에 가보면 이런 상황이 얼마나 민감한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주전 쿼터백 부상 소식 하나에 경기 승패 전망과 베팅 라인이 달라집니다.
그만큼 쿼터백은 팀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자리입니다.
저는 이번 트레이드 이야기를 보면서 오히려 시카고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급한 쪽은 볼티모어입니다. 시카고는 적절한 대가를 받지 못하면 그냥 베이전트를 남겨 두면 됩니다.
반대로 볼티모어는 트레이드 마감일까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헌틀리의 부상 상태가 심각하다면 더욱 그렇겠지요.
결국 드래프트 지명권을 얼마나 내놓을지가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트레이드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볼티모어가 영입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단계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소식이 NFL을 보는 또 다른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일요일 경기에서는 누가 터치다운을 넣었는지가 중요하지만, 월요일부터는 단장들이 전화를 돌리면서 전혀 다른 경기가 시작됩니다.
경기장 밖에서 벌어지는 협상도 상당히 치열하거든요. 과연 볼티모어가 베이전트를 데려올까요?
그리고 시카고는 백업 쿼터백 한 명을 내주는 대가로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할까요?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조용히 벤치에 앉아 있던 타이슨 베이전트의 이름이 갑자기 NFL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NFL에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지금 베이전트에게는 그 타이밍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볼티모어 팬들에게는 악몽 같은 일요일이었겠지만, 시카고 단장에게는 뜻밖의 협상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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