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스턴 하면 다들 NASA부터 떠올리잖아요. 영화 대사 Houston, we have a problem 덕분에 이 도시 이름 자체가 우주 관제의 대명사가 됐죠.
그런데 막상 왜 하필 휴스턴이었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저도 그냥 텍사스가 땅이 넓어서 그런가 보다 했거든요.
찾아보니 이야기가 생각보다 훨씬 재밌더라고요. 1961년에 NASA가 후보지 23곳을 직접 돌아봤고, 휴스턴은 처음부터 1등이 아니었어요.
배경부터 볼게요. 1961년 5월 케네디 대통령이 달 착륙 목표를 공식화하면서, 유인 우주비행을 전담할 새 센터가 필요해졌어요.
당시 유인 프로그램을 맡던 Space Task Group은 버지니아 랭리에 있었는데, 아폴로 규모를 감당하기엔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해요.
그래서 NASA 국장 제임스 웹이 1961년 8월에 부지 선정팀을 꾸렸어요. 팀장은 에임스 연구센터 부소장이던 존 파슨스였습니다.
선정 기준도 꽤 구체적이었어요. 대형 바지선이 드나들 수 있는 수상 운송로, 온화한 기후, 연중 운항하는 상업 제트기 노선이 우선 조건이었죠.
여기에 기존 산업 기반과 기술 인력, 대학이 있는 문화적인 도시, 충분한 전력과 용수, 그리고 최소 1,000에이커의 땅이 더해졌어요.
팀은 기후와 물 조건으로 먼저 22개 도시를 추렸고, 근처에 연방 시설이 있는 곳 위주로 9곳까지 줄였어요. 그 뒤 14곳을 더 얹어서 최종 23곳이 됐습니다.
현장 방문은 1961년 8월 21일부터 9월 7일까지 이어졌어요. 휴스턴에서는 라이스 대학 부지와 엘링턴 공군기지 쪽이 후보에 들어갔고요.
자, 여기서 반전 하나. 투어가 끝난 뒤 팀이 1순위로 꼽은 곳은 휴스턴이 아니라 플로리다 탬파의 맥딜 공군기지였어요.
공군이 맥딜의 전략공군사령부 운영을 접을 계획이었거든요. 이미 활주로와 시설이 있으니 NASA 입장에선 꽤 매력적인 카드였죠.
그런데 쿠바와의 긴장이 커지면서 공군이 그 계획을 뒤집었어요. 맥딜이 후보에서 빠지자 2순위였던 휴스턴 라이스 부지가 자연스럽게 1순위로 올라섰습니다.
그럼 휴스턴은 그냥 운이 좋았던 걸까요. 솔직히 저는 그렇게만 보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준비된 카드가 꽤 강했거든요.
가장 큰 카드는 땅이었어요. 험블 오일이 클리어레이크 근처 1,000에이커를 라이스 대학에 기부했고, 라이스가 그 땅을 연방정부에 내놓는 구조였죠.
휴스턴 다운타운에서 남동쪽으로 25마일 떨어진, 원래 소를 키우던 목초지였대요. 바다로 이어지는 수로와 항구, 정유 산업까지 기준표에 딱 맞았습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정치예요. 휴스턴 지역구 하원의원 앨버트 토머스가 NASA 예산을 쥔 하원 세출위원회 쪽 실세였어요.
자료에 따라 그를 세출위원회 위원장으로, 혹은 NASA 예산을 다루는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적어요. 어느 쪽이든 NASA 돈줄에 손이 닿아 있던 건 분명하죠.
여기에 텍사스 출신 린든 존슨 부통령이 국가우주위원회를 이끌고 있었어요. 텍사스 A&M 역사학자 헨리 데스로프는 텍사스의 정치적 영향력이 엄청났다고 평가합니다.
NASA 스스로도 탬파가 가장 유력했지만 텍사스 정치인들이 역할을 했다고 인정하고 있어요. 공식 역사에서 이 정도면 꽤 솔직한 편이라고 봐요.
결정은 빠르게 났어요. 웹 국장은 9월 14일 케네디에게 보고했고, 9월 19일 휴스턴이 새 유인우주센터 부지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어요. 발표 직후인 9월 21일 로버트 길루스 일행이 부지를 보러 왔는데, 허리케인 카를라가 휩쓸고 간 직후라 쓰러진 나무와 물에 잠긴 들판 투성이였대요.
첫인상은 별로였다고 하지만 그 땅의 장점이 걱정을 이겼어요. 결국 그 바람 센 목초지 위에 센터가 들어서게 됩니다.
NASA는 이후 진입 도로 확보를 위해 주변 땅을 추가로 사들였어요. 그리고 1962년 9월 12일, 케네디가 바로 그 라이스 대학 경기장에서 달에 가기로 했다는 유명한 연설을 하죠.
이 센터는 1973년 존슨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이름을 따 Johnson Space Center로 바뀌었어요. 2월 19일 닉슨 대통령이 개명 결의안에 서명했습니다.
정리해 보면 진짜 이유는 하나가 아니에요. 기준에 맞는 땅을 공짜로 내놓은 지역 엘리트, 예산을 쥔 정치인, 그리고 경쟁 후보가 사라진 타이밍이 한꺼번에 맞아떨어진 거죠.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정부의 큰 투자가 한 도시의 산업 지도를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사례니까요.
물론 정치가 개입했다는 점은 비판받을 만해요. 그래도 그 투자가 수십 년 동안 일자리와 연구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것도 사실이고요.
혹시 휴스턴에 갈 일이 있다면 Space Center Houston에 들러보세요. 그 넓은 단지가 한때 허리케인에 쓸린 소 목초지였다고 생각하면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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